IBK證 “화학, 스프레드서 수율로⋯반도체 소재가 이익 체질 바꾼다”

입력 2026-09-0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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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투자증권은 국내 화학업체들의 반도체 소재 사업 확대가 단순한 신규 성장사업 추가가 아니라 전사 이익구조를 바꾸는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봐야 한다고 3일 밝혔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화학이 톤당 원가와 스프레드를 파는 사업이라면 반도체 소재는 고객의 공정 안정성과 수율을 파는 사업에 가깝다”며 “국내 화학업체들의 반도체 소재 진출은 원재료와 수급에 흔들리던 이익의 일부를 기술과 고객 인증으로 방어할 수 있는 이익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범용 화학의 이익은 원재료 가격과 세계 수급, 중국의 증설 속도에 좌우된다. 업황이 좋아져도 다음 공급 증가 우려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어렵다. 반면 반도체 소재는 고순도와 품질 일관성, 고객 인증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일단 양산 공정에 채택되면 소재 변경이 공정 조건과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공급업체 교체도 쉽지 않다.

일본 화학업체들은 이미 이 같은 변화를 먼저 경험했다. 범용 화학을 모두 정리한 것이 아니라 수익성이 높고 거래가 장기간 이어지는 전자재료의 이익 비중을 높여 전사 실적 변동성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레조낙(Resonac)의 2025년 반도체·전자재료 매출은 5063억엔으로 전사 매출의 37.6%에 그쳤지만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은 30.2%로 전사 15.1%, 케미칼 5.4%를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전자재료의 코어 영업이익은 1084억엔으로 전사 코어 영업이익 1091억엔에 육박했다.

신에츠화학(Shin-Etsu Chemical)도 반도체 실리콘, 포토레지스트, 포토마스크 블랭크, 봉지재, 희토류 자석 등을 포함하는 전자재료 부문의 2025년 회계연도 영업이익률이 33.9%에 달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전자재료 매출액의 절대 규모가 아니다”라며 “고수익 전자재료의 이익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범용 화학의 경기 변동성이 전사 실적을 좌우하는 정도가 낮아진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과 첨단 패키징 확대는 이 같은 전환을 더 빠르게 만들고 있다. 기존 전공정 소재 수요가 웨이퍼 투입량과 공정 스텝 수에 주로 연동됐다면 첨단 패키징에서는 패키지 면적, 칩 수, 배선층 수, 적층 수, 공정 복잡도가 소재 사용량을 함께 결정한다. TSMC의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역시 더 많은 연산 칩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의 패키지에 집적하기 위해 인터포저와 패키지 크기를 키우고 있다. AI 반도체는 출하량 증가가 제한적이더라도 패키지 1개에 투입되는 소재의 면적과 종류가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LG화학과 SKC의 변화 폭이 크다고 봤다. LG화학은 동박적층판(CCL)에서 감광성 절연재(PID), 칩 접착 필름(DAF), 저유전·열관리·유리기판 관련 소재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30년 전자재료 매출액 목표는 2조원이다. SKC는 기존 전공정 소재 사업을 매각·정리하고 ISC의 테스트소켓과 앱솔릭스의 유리기판을 중심으로 후공정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앱솔릭스는 생산능력 확대보다 고객 인증과 신뢰성 평가, 양산 적용, 수율 안정화가 우선 과제로 제시됐다.

OCI와 롯데화학군은 반도체 소재 확대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빠를 것으로 전망됐다. OCI는 고순도 인산, 과산화수소, 초고순도 전자용 폴리실리콘, 반도체 공정 전구체인 HCDS 등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인산은 웨이퍼 식각, HCDS는 D램(DRAM)과 낸드(NAND)의 박막 증착 공정에 사용된다. 롯데화학군은 롯데정밀화학의 테트라메틸암모늄 클로라이드(TMAC)에서 한덕화학의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H)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올해 6월에는 1300억원을 투자하는 평택 TMAH 공장도 착공했다.

KCC와 코오롱인더는 기존 화학 기술을 AI 시대의 신규 소재 수요로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KCC는 활성금속 브레이징(AMB)·직접동접합(DCB) 세라믹 기판, 에폭시 몰딩 컴파운드(EMC)·액상 몰딩 컴파운드(LMC), 모멘티브의 방열·절연 실리콘을 묶어 전력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코오롱인더는 약 340억원을 투자해 AI·6G용 고성능 CCL에 적용되는 저유전 mPPO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질수록 낮은 유전율과 유전손실로 신호 손실을 줄이는 소재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단기 실적 가시성은 OCI와 롯데화학군이 상대적으로 높고, 중장기적으로 전사 사업구조의 변화 폭은 LG화학과 SKC가 클 것”이라며 “결국 톤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가보다 고객의 공정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율을 확보하느냐가 이익과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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