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밀수 부른 '김치 프리미엄'…KRX 금시장 열었지만 외국 업체 아직 0곳

입력 2026-09-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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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외국 법인 직접 입고 허용…신규 회원 11곳 모두 국내
LBMA 인증 회원은 2014년 가입 LS MnM 한 곳
타나카·헤라우스 등 3곳에 제안…절차 부담에 미온적
예탁·검사 절차 그대로…프리미엄 재발 때 효과 미지수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외관에 붙어있는 골드바 사진. 2026.08.17. (사진=뉴시스)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외관에 붙어있는 골드바 사진. 2026.08.17. (사진=뉴시스)

한국거래소가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을 잡겠다며 외국 제련업체에 KRX 금시장 직접 공급을 허용한 지 넉 달 반이 지났지만 가입한 외국 업체는 아직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 공급 경로를 넓혀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조치가 아직 실질적인 공급 확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2일 본지가 한국거래소 금시장 회원 등록 데이터를 전수 확인한 결과 외국 법인 직접 입고가 허용된 4월 18일 이후 8월까지 새로 가입한 회원 11곳은 모두 국내 법인으로 집계됐다. 런던금시장협회(LBMA) 인증 제련업체 가운데 KRX 금시장 회원은 2014년 가입한 LS MnM(옛 LS니꼬동제련) 1곳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협의를 진행하는 외국 업체가 있지만 아직 회원으로 가입한 곳은 없고 직접 입고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외국 업체에 문을 연 것은 지난해 공급 부족으로 벌어진 국내 금값 프리미엄 때문이다.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했지만 국내 회원인 제련업체와 수입업자를 통해서만 금을 공급할 수 있어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10월 15일 KRX 금값은 국제 시세보다 18.56% 높게 형성됐고 한국조폐공사는 골드바 공급을 3개월간 중단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3월 이 같은 국내외 가격 차이를 금괴 밀수의 유인으로 지목했다.

거래소는 외국 제련업체에 국내 업체에 적용되는 회원 요건을 면제했다. 3월 KRX 금시장 운영규정을 고쳐 LBMA 인증 금괴를 생산하는 외국 법인이 금을 직접 시장에 넣는 자기매매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면서 매출 1억원, 3년 이상 제련업, 연 1000kg 이상 등의 요건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외국 업체 진입은 국내 업계 반발과 외국 업체의 절차 부담이 겹쳐 늦어지고 있다.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 등 국내 업계는 국내 업체엔 조폐공사 인증과 프레스바 규격 요건이 남아 역차별이라며 3월 말 거래소 앞 집회를 열고 금융위원회에 민원을 냈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외에서 여러 우려를 표명해 장내 실물사업자들과 논의하는 과정을 많이 거쳤고 그 과정에서 들어오는 시점이 지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업체는 회원 요건이 면제됐지만 금을 예탁결제원에 보관하고 시장에 넣는 절차는 그대로 거쳐야 한다. 거래소는 5월 타나카·헤라우스·아사히 3곳에 장내 진출을 제안했지만, 이들은 보관·검사 등 절차로 유통이 지연된다며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업체가 참여하지 않으면 공급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금값 프리미엄은 올해 3월 국제 금값 조정과 투자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크게 축소됐지만, 외국 업체가 부담으로 꼽은 보관·검사 절차와 인증·규격 요건은 그대로다. 프리미엄이 다시 확대될 경우 외국 업체가 회원 심사를 거쳐 실물을 공급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불확실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프리미엄 재발 시 이번 조치의 효과에 대해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이번 조치가 외국 업체 유치를 위한 시장 개방이 아니라 공급 경로를 하나 더 둔 것이라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시장을 개방할 권한이 있는 곳은 아니고 외국 법인이 직접 입고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한 것"이라며 "밀수는 장외 시장 문제로 거래소 시장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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