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책 잦은 변경, 시장 혼선 키울 수 있어"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약 한 달 만에 일부 방침을 수정하면서 정책 신뢰도와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제는 시행 전이라도 매도·매수 시점과 보유 전략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인 만큼 이미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를 토대로 의사결정에 나선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현행 12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발표 직후부터 설명과 수정이 반복됐다. 지난달 3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열흘 동안 정부가 내놓은 해명자료만 29건에 달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련 방침이 재검토된 데 이어 종부세까지 당초 계획에서 수정되면서 세제개편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이 확정안이 아닌 만큼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하는 정상적인 입법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동산 세제는 시행 전이라도 매도·매수와 보유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단기간에 수정될 경우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고가주택과 비거주 1주택을 겨냥한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에서는 매물이 빠르게 늘어났다. 향후 세 부담 증가를 우려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은 반면 매수자들은 최종적인 보유세 부담을 확인하기 위해 관망하면서 매물이 쌓이는 양상이 나타났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1만996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다. 서초구가 8872건, 송파구가 5870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 달 전과 비교한 매물 증가율도 서초구 15%, 강남구 14.2%, 송파구 13.8%로 서울 평균(9.5%)을 웃돌았다.
이 가운데 세제개편안이 수정되면서 앞으로 '세금발 매물'이 얼마나 더 나올지는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고가 아파트 시장의 매물 증가세도 당초 예상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애초 예고됐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가 일정 부분 후퇴하면서 주택시장에서는 예상보다 완화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세금 때문에 발생할 수 있었던 추가 매도 물량을 제한하고 고가 1주택자의 '똘똘한 한 채' 보유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뒤바뀌는 정책 기조에 매도자는 물론 매수자의 셈법도 복잡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려는 수요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번 조치가 주택을 사지 않으려던 사람이 매수에 나서거나 반대로 살 사람이 매수를 포기할 정도의 변화는 아니다"라며 "세제개편안이 계속 수정되고 있는 만큼 최종적인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고가 아파트 시장은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수정 자체보다 정책 변경이 반복되는 과정이 더 큰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비거주 1주택자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수준의 조치"라며 "종부세 부담 때문에 매도를 고민했던 일부 비거주 1주택자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시장의 매물 흐름을 크게 바꿀 정도의 파급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책이 자주 바뀌면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는 만큼 발표 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