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물러나면서 재임 기간 그의 적극적인 SNS 발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제 현안에 대한 분석과 정책 아이디어를 직접 설명하는 방식은 한때 김 전 실장의 강점으로 평가됐지만, 취임 이후에는 개인적 구상까지 정부 정책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이 평소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김 전 실장을 발탁하는 데는 SNS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공직에 있을 때는 물론 공직을 떠난 뒤에도 SNS에 경제 현안 분석과 정책 제안 등을 꾸준히 올려왔고, 이런 활동이 이 대통령과의 정책적 접점을 넓히는 데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후 경제정책 자문을 거쳐 초대 정책실장 발탁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실장에 취임한 뒤에도 김 전 실장의 소통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AI·반도체와 재정, 부동산, 금융시장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청와대의 정제된 공식 메시지와 달리 정책의 배경과 문제의식을 직접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핵심 참모가 된 이후에는 같은 발언의 무게가 달라졌다. 정책실장은 경제·사회 정책 전반을 조율하고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를 설계하는 자리인 만큼 개인적인 정책 아이디어도 시장과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검토하는 정책 방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컸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국민배당금’ 논란이다. 김 전 실장은 AI·반도체 호황으로 향후 대규모 초과세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원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구상을 SNS에 올렸다. 하지만 시장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기업의 초과이익 환수나 새로운 세금 도입 가능성과 연결해 해석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최근에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개인투자자 피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야권의 책임론도 거세졌다. 부동산 세제 개편 논란까지 겹치면서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이 김 전 실장에게 집중됐고, SNS를 통한 직접적인 정책 발신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전 실장이 퇴진 이틀 전 SNS에 올린 장문의 ‘가을 편지’는 결과적으로 정책실장으로서 마지막 메시지가 됐다. 그는 이 글에서 거시지표 회복에도 체감경기 개선이 더디다는 점을 짚으며 정책 성과가 국민의 일상에 얼마나 빠르고 고르게 전달되는지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가와 부동산시장 불안, 생활물가 부담 등 최근 경제 상황도 직접 언급했다.
청와대는 김 전 실장의 구체적인 사의 배경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국민배당금과 레버리지 ETF, 부동산 세제 개편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의 정책 메시지와 SNS 발신도 정치권과 시장의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책실장의 SNS 발언이 정부 정책 방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논란이 커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경제·민생 현안이 민감한 상황에서는 이런 메시지 혼선 자체가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