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퇴진에 ‘경제라인’ 재편 불가피…민생·통상·성장전략 이끌 새 책사는

입력 2026-09-0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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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퇴진으로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라인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에 이어 정책실장까지 물러나면서 경제정책을 설계·조율해온 핵심 진용이 사실상 재편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후임 정책실장은 대미 투자·통상 협상과 내년도 예산안 등 시급한 현안을 이어받는 한편 민생경기 회복과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전략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경제정책의 연속성을 지키면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얼마나 신속히 만들어내느냐가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집권 2년 차 인적 쇄신의 범위는 내각을 넘어 청와대 핵심 정책라인으로까지 넓어졌다. 김 실장은 정부 출범 이후 성장전략과 재정 운용, AI·반도체 산업정책, 한미 통상협상과 대미 투자 등 주요 경제 현안을 사실상 총괄해온 인물이다. 김 실장의 퇴진으로 이재명 정부의 1기 경제팀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새 정책실장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제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다. 수출과 경상수지 등 주요 거시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고용·주거 등 국민이 체감하는 여건의 개선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괴리는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이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을 새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발탁하면서 주문한 것도 이 같은 부분이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에 대해 “역대 최대 경제 지표를 국민 삶의 질적 변화로 연결하고 양극화를 극복해 우리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거시지표 개선을 넘어 체감경기 회복이 2기 경제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부동산 역시 정책실장이 직접 조율해야 할 민감한 현안이다. 최근 부동산 세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과 주택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홍지선 현 2차관을 승진 발탁했다. 홍 후보자는 지명 직후 선호 지역의 양질의 주택 공급과 함께 이미 발표된 공급 대책을 실제 착공과 입주로 연결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정책은 시장의 기대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일관성 있는 정책과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이형일·홍지선 후보자 모두 해당 부처의 현직 차관을 승진 발탁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기존 정책의 설계와 집행 과정에 참여해온 관료를 장관 후보자로 선택하면서 정책의 큰 틀을 급격하게 바꾸기보다는 연속성을 유지하되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인사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이번 개각을 두고도 경제·부동산 분야에서는 정책 기조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현직 차관을 전면에 세워 성과를 내겠다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후임 정책실장 역시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부처별 과제를 조정해 가시적인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실행력과 조정력이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분야도 후임 정책실장이 곧바로 넘겨받아야 할 예민한 현안이다. 정부는 미국과 합의한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투자 대상과 구조, 수익성을 놓고 미국 측과 협상을 이어가는 동시에 미국의 추가 통상 압박에도 대응해야 한다. 최근에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막판 조율하는 등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미 투자는 재경부와 산업통상부, 금융당국 등 여러 부처가 동시에 얽힌 사안이다. 투자 규모뿐 아니라 재원 조달과 수익성,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까지 따져야 하는 만큼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정책실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 실장이 그동안 대미 투자·통상 현안에 깊숙이 관여해온 만큼 후임자가 협상의 세부 내용과 정책 판단을 얼마나 빠르게 넘겨받느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산업정책에서는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실제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성장전략과 산업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면 집권 2년 차에는 기업의 실제 투자와 생산·고용 확대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줘야 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과 정기국회 대응도 빼놓을 수 없다. 새 정책실장은 재경부와 함께 정부의 재정 운용 방향을 조율하면서 주요 경제·민생 법안의 국회 통과까지 챙겨야 한다. 대미 투자와 산업정책, 부동산, 재정 등 주요 현안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어느 정책에 우선순위를 둘지를 결정하는 조정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청와대 정책라인 내부의 역할 분담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청와대 경제라인은 김 실장을 중심으로 하준경 경제성장수석비서관과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등이 주요 현안을 나눠 맡아왔다. 후임 정책실장의 전문 분야와 정책 성향에 따라 경제성장수석과 재정기획보좌관은 물론 산업·통상 부처와의 업무 조정 방식까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후임 인선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이 후보자와 홍 후보자를 현직 차관에서 승진 발탁한 만큼 이 대통령이 정책실장 역시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인물을 선택할지, 아니면 새로운 정책 색깔을 낼 인물을 기용할지가 관심이다.

여권 관계자는 “후임 정책실장의 핵심 역할은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기보다 산적한 현안을 정리하고 부처 간 우선순위를 조정해 성과로 연결하는 데 있을 것”이라며 “최근 논란이 된 정책을 점검하는 동시에 민생과 성장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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