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자체 전기차’ 키운다…K-부품사엔 새 공급망 기회

입력 2026-08-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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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브랜드 현황. (사진=한국자동차연구원)
▲주요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브랜드 현황. (사진=한국자동차연구원)

전기차 전환으로 자동차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베트남과 튀르키예를 비롯한 신흥국들이 자체 전기차 브랜드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자동차 산업과 달리 배터리·전장·소프트웨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후발국에도 완성차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브랜드 육성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멕시코 등이 정부 지원과 현지 시장 특성을 바탕으로 자체 전기차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완성차 산업은 브랜드 신뢰도와 광범위한 부품 공급망, 생산 역량 등이 요구돼 신규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으로 경쟁의 중심이 엔진·변속기 등 내연기관 부품에서 배터리와 전장, SW 등으로 이동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의 부품 수도 내연기관차의 약 3만 개에서 1만2000개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흥국 가운데 자체 브랜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한 곳은 베트남이다. 빈패스트(VinFast)는 내연기관차 생산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모기업 빈그룹의 자본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전기차·전기이륜차 전문 제조사로 전환했다. 빈패스트의 베트남 전기차 판매량은 2024년 8만7000대에서 지난해 17만5000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멕시코는 정부가 직접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2022년 대만 폭스콘과 전기차 브랜드 시어(Ceer)를 설립했다. 시어는 올해 4분기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세단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PIF는 자동차 전문인력 양성기관과 부품 합작사, 자동차산업 투자회사 등을 구축하며 완성차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을 육성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과학인문기술혁신부 주도로 자체 브랜드 올리니아(Olinia)를 출범시켰다. 올해 6월 6인승 도심형 전기차 ‘Olinia 1’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으며 2027년 중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판매가격은 9만~15만 페소(약 735만~1225만원)로 책정할 계획이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현지 여건을 고려해 일반 가정용 콘센트에서도 충전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브랜드 확대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가격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낮은 인건비와 정부 지원을 활용해 저가형 전기차 생산을 늘릴 수 있어서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장벽도 변수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9월부터 유럽연합(EU) 및 FTA 체결국 이외 국가에서 수입하는 차량에 3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는 새로운 공급망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흥국 전기차 업체들은 완성차 양산 경험과 부품 조달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배터리·전장 등 핵심 부품과 제조 기술을 외부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준하 한국자동차연구원 기술정책실 선임연구원은 “신흥국 로컬 전기차의 부상은 경쟁 구도의 변화이자 새로운 고객·기술협력 시장의 창출을 의미한다”며 “공급망 형성 초기의 파트너십 선점이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를 좌우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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