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탄핵’ vs ‘이재명 탄핵’…손봉기 대법관 제청에 정국 격랑

입력 2026-08-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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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손봉기 임명동의안 제출 않고 재제청 요구…與 “조희대 책임” 압박
野 “대통령이 제청권 침해” 탄핵론 맞불…대법관 공백 장기화 우려

▲김민석(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민석(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대법관 임명 제청을 둘러싸고 여야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탄핵’을 각각 거론하며 정면충돌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둘러싼 갈등이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 논쟁으로 번지면서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새로운 전선으로 떠올랐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28일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한 손 부장판사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반면 함께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판단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은 18일 손 부장판사와 김 부장판사를 각각 노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이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손 후보자의 제청 과정이었다.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놓고 사전 협의를 거쳐온 관례와 달리 조 대법원장은 손 후보자를 청와대와 최종 조율하지 않은 채 서면으로 제청했다.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 권한이 있다는 점은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헌법에 별도의 명문 규정이 없다.

청와대는 손 후보자 제청이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은 7개월이 넘도록 제청을 하지 않다가 8월 18일 실질적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봉기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에 이른 것도 각 기관 간 권한을 상호 존중하라는 헌법 취지에 따른 것”이라며 대법원에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추천 결과를 존중해 최대한 신속하게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힘을 실으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결정 직후 페이스북에 “당연한 결정”이라며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도 조 대법원장을 향해 “내란 청산을 바라는 국민 요구를 무시한다면 사퇴 요구는 물론 결국 탄핵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고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역시 “조 대법원장의 사법 쿠데타가 또 시작됐다”며 책임을 묻겠다고 지적했다.

법사위도 이미 조 대법원장을 국회로 불러 제청 경위를 따지기로 했다. 법사위는 19일 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조 대법원장 출석 요구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자체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탄핵론’으로 맞서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서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대통령 탄핵 사유”로 규정했다.

장 대표는 2023년 윤석열 정부 당시 박지원 의원이 대법관 제청 논란과 관련해 “재제청 요청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던 내용을 인용한 뒤 “재제청 요청은 반헌법적·반삼권분립적 작태로서 민주주의 파괴, 헌법 파괴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졌다”며 “이재명 탄핵, 이재명 재판 재개를 위해 웃통 벗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인용한 박 의원의 2023년 발언도 실제 확인된다. 당시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되자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요구하거나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권한과 삼권분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비판한 바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위헌을 불사하면서까지 자기 재판의 재판관을 본인이 임명하겠다는 뜻”이라며 “명백한 삼권분립 부정행위”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재제청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할 권한은 법 어디에도 없다.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가 동의하며 대통령이 임명하는 세 주체의 공동 행위로 구성돼 있다”며 “제청권은 일종의 대법원장의 대법원 조직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청와대가 재제청이라는 것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며 “삼권분립의 파괴이자 독재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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