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새 흐름은 '시성비 주택'⋯박원갑 "강남 보고 집 사면 안 돼" [집땅지성]

입력 2026-08-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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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 시장에서 강남 등 초고가 주택의 약세와 중저가ㆍ중고가 주택의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시장 분절화’가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약화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중고가 주택과 직주근접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26일 유튜브 채널 이투데이TV ‘집땅지성’(연출 황이안)에 출연해 현재 시장을 “코어 디스카운트 현상”이라고 진단하며 “똘똘한 한 채의 붕괴라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최근 세제 개편안이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똘똘한 한 채’ 선호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그는 “세제 개편안이 똘똘한 한 채 신화를 정조준한 것”이라며 “강남 불패 신화, 한강 벨트의 신화를 무너뜨리거나 흔드는 데 있기 때문에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정부를 이기는 시장이 없고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없다”며 정책 변화가 단기 주택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강남권에서는 일부 고령자나 장기 거주자를 중심으로 고가 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위원은 “전반적인 흐름은 강남 불패 신화가 약간 희석된다고 할까, 조금 퇴색하는 느낌은 있다”며 강남과 비강남 지역의 온도 차에 주목했다.

반면 강남 이외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박 위원은 KB국민은행 8월 통계를 인용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6억원, 중위 가격은 13억원 안팎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제 개편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저가 주택이 오르면서 서울 전체 평균 가격을 끌어올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강남 약세ㆍ비강남 강세가 우리나라 주택 시장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강남은 수도권 주택 시장의 ‘안테나’이자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강남 집값이 오르면 상승세가 수도권을 거쳐 지방으로 번지는 이른바 ‘물결 효과’가 나타났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공식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지금 강남 보고 부동산 시장 의사결정하면 안 된다”며 “이제는 강남이 주변에 영향을 안 미치는 구조가 된다. 시장 분절화 현상이 앞으로 노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10억원대에서 20억원대 초반까지의 주택을 ‘미들 코어 주택’으로 규정하며 향후 실수요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 위원은 이를 주식에 빗대 ‘블루칩’보다는 실속 있는 ‘옐로우칩’ 정도로 설명했다.

다만 수요가 단순히 가격이 싼 외곽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박 위원은 현재 집을 사는 핵심 수요층으로 30대를 지목하면서 “이 세력들이 어디로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처럼 외곽 지역에 갭투자해서 사는 것은 요새 거의 없다”며 “서울도 보면 거의 부도심까지만 가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비강남 지역의 가치가 커지더라도 모든 외곽 지역이 함께 오르는 ‘풍선 효과’보다는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을 골라 움직이는 선택적 수요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이 같은 주택을 ‘시성비 주택’이라고 표현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처럼 주택 가격뿐 아니라 출퇴근에 드는 시간을 중요한 가치로 보는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다.

그는 “30대들이 맞벌이가 많다. 그러니까 출퇴근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무조건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출퇴근할 수 있는 지역으로 30대들이 옮겨가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에서도 부도심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집값을 둘러싼 세대 간 박탈감에 대해서는 감정과 투자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위원은 부동산의 자산화ㆍ계급화가 젊은 층의 주거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이를 ‘앵그리 소사이어티’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지간한 대기업 맞벌이 부부도 집 사기 어려운 시대”라며 높은 집값이 젊은 세대에게 큰 벽과 절망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책이나 시장 상황에 대한 감정이 실제 의사결정까지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정책이나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냉정하게 어떤 행동을 할 거냐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매매ㆍ분양ㆍ전세 유지 또는 주식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선택 가운데 자신의 상황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감정에 확 쏠리다 보면 합리적이고 냉정한 의사결정을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좀 더 냉정하게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반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땅지성' 화면 갈무리. (이투데이TV)
▲'집땅지성' 화면 갈무리. (이투데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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