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업 수도권 집중⋯역출장·서울사무소 확대 우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에 이어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까지 핵심 금융기관의 지방이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금융사와 기업, 글로벌 투자기관이 수도권에 밀집한 상황에서 기관만 옮길 경우 껍데기만 지방으로 가고 핵심 업무는 서울에서 겉도는 ‘이중 업무체계’의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11월 공공기관 2차 이전 계획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당초 9월쯤 확정될 전망이었으나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10월 이후로 순연됐다.
금융위는 정책·인가를, 금감원은 감독·검사를, 예보는 부실 정리를 담당한다. 산은·기은·수은은 기업금융과 구조조정 등 정책금융을 도맡는다. 문제는 이들 기관의 본점을 옮기더라도 핵심 업무 상대방과 현장은 여전히 수도권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금감원은 현장 업무의 수도권 편중이 절대적이다.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 금융민원의 81.4%,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긴급 검사와 감독을 위해 서울을 수시로 오가야 한다.
금감원 노조 설문에서 직원의 46.4%는 이전 시 연간 26일 이상 서울로 역출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50일을 초과할 것이라는 응답도 26.2%에 달했다. 직원의 81.3%는 출장비와 수도권 출장소 유지비 등 천문학적 추가 비용을 우려했다.
예보 역시 서울 업무 연계성이 높다. 예보 노조가 집계한 2022년 이후 검사·조사·유관기관 협업 등을 위한 국내 업무출장 2만5497건 가운데 출장지가 서울인 경우는 1만8053건으로 70.8%를 차지했다. 금융회사 부실 시 금감원 등과 함께 현장에 경영관리인을 파견하고 정리·매각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본사를 옮긴 뒤에도 수도권 업무 수요가 상당 부분 남을 가능성이 있다.
국책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업금융과 구조조정은 심사·리스크관리·법무·회계법인 등이 원팀으로 실시간 협의해야 한다. 필수 기능만 서울에 남기는 분리 운용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재익 산은노조 부위원장은 “민간 금융사와 로펌, 회계법인이 함께 내려가지 않는 공공기관만의 이전은 금융생태계만 파괴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수출입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 단절이 우려된다. 수은은 대사관·국제기구와 연평균 1140회 수준의 대면 면담을 진행한다. 주한 대사관 118곳 전체와 국내 국제기구 30곳 중 27곳, 글로벌 투자은행(IB) 33곳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한명호 수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외화조달 협의와 해외 고객 미팅을 위해 인천공항 및 서울 금융시장과의 물리적 접점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1차 이전 당시에도 수도권 출장 비효율은 증명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차 이전기관 중 60곳이 수도권행 셔틀버스를 운용했으며, 2010~2025년 누적 예산만 약 199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점 주소를 어디에 둘 것인지보다 실제 업무체계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하는데, 정치적인 논리로 접근하는 상황에 아쉬움이 크다”며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유일한 논리로 이전을 거론하지만 실질적인 효과 없는 지방 이전 추진은 금융 경쟁력을 소모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