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연구 아닌 '심판' 역할…특정 공기업 거점 편중 경계 목소리
대덕특구 인프라와 세종청사 접근성 갖춘 중립 허브로 대전 지목

정부의 350여 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계획 발표를 앞두고 수도권에 남아 있는 주요 국가 연구개발(R&D) 기획·평가·관리 공공기관들이 이전지로 대전을 유력하게 꼽고 있다.
연간 수조원대 국가 R&D 예산을 관리하는 이들 기관은 특정 지역이나 공기업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대덕연구개발특구 중심의 ‘중립적 연구 허브’로 이전해야 예산 집행의 객관성과 국가 기술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350여 개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을 본격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분야는 수도권에 본원을 둔 국가 R&D 전담기관들이다. 현재 2차 이전 검토 대상 350여 곳 가운데 산업·에너지·국토·해양·환경 등의 R&D 과제를 기획·평가하고 예산을 배분하는 전문 관리기관과 기술사업화 지원기관은 10여 곳이다.
대표적으로 연간 2조원대 에너지 R&D 예산을 전담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을 비롯해 산업기술 혁신을 이끄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 등이 꼽힌다.
이들 기관이 관리하는 예산만 합쳐도 국가 R&D 예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기관의 이전지를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산하기관 집적 효과를 내세워 전남 나주 등 특정 공기업 거점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R&D 전담기관 내부와 연구계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R&D 전담기관은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 아니라 전국의 대학·기업·연구소를 대상으로 연구과제를 공정하게 선정하고 평가하는 ‘심판’ 역할을 한다. 특정 대형 공기업이나 지자체의 영향력이 큰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지역 연고 기업이나 특정 대학 출신 중심의 채용, 연구과제 편중 등 ‘지역·학연 중심의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에너지 R&D의 경우 전력뿐 아니라 가스·열·수소·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한국전력 본사가 있는 나주로 이전할 경우 국가 에너지 R&D가 전력 분야에 과도하게 치우쳐 정책적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에기평과 KIAT 등 수도권 R&D 기관들은 우선 이전지로 대전을 선호하고 있다. 정주 여건 때문이 아니라 ‘예산 집행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주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KAIST 등 유수 대학, 민간 연구소가 집적돼 국가 최고 수준의 R&D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동시에 특정 대형 공기업의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립적인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정부세종청사와 인접해 부처 간 정책 조율이 용이하고 전국 연구자들의 접근성도 뛰어나 과제 평가와 연구자 교류에 유리한 입지로 꼽힌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R&D 전담기관은 국가 미래 먹거리 기술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라며 “이들 기관을 단순한 지역 안배 차원에서 흩어놓거나 특정 공기업 연고지에 배치하기보다는 국가 연구 역량이 결집된 대전에 모아 중립성과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