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곽노성 칼럼] 청년주거대책이 ‘절망’이 되는 이유

입력 2026-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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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수요특성 무시한 탁상행정
일단 던지고 수정…시장원리 무시
주거사다리 작동케 정책틀 바꿔야

최근 청년세대의 실망이 정부에 대한 분노로 분출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의 급격한 하락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가 지방선거 직후인 6월 12일 57%에서 7월 24일에는 51%로 6%포인트 하락했다고 한다.

그 기간 중 30대는 지지도가 53%에서 39%로 14%포인트 떨어졌고, 20대에서도 41%에서 33%로 8%포인트 떨어져 30대 지지율의 경우 그 하락폭이 전체의 2배를 초과하였다고 한다.

2030 청년세대들이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자본시장의 큰 변동성에 따른 투자손실 및 지속적인 청년고용의 감소와 더불어 정부가 연이어 내놓고 있는 청년주거대책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13일 내놓은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이하 보금자리론)이 대표적이다.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청년이 4억원 이하의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를 살 때 집값의 최대 80%까지 장기저금리로 대출해 주는 제도다. 외견상 청년들에게 큰 부담 없이 자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잘 설계된 제도로 보이는 데도 청년들의 불만은 오히려 크다.

4억원 이하의 비아파트는 서울에서는 ‘뜬구름잡기’, 지방의 경우는 1인 가구에 대한 ‘비혼장려책’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왜 그럴까?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의 반응은 그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시장에서 인기 없는 빌라를 청년들에게 설거지하라는 건가?”, “폐버스에서 살라더니 이제는 빌라?” 등이다. 요약하면 청년들의 자가 수요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주거수요는 20대와 30대가 많이 다르다. 20대는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직후 거주할 원룸, 빌라, 고시원 등 임대수요가 많고, 30대의 수요는 결혼에 대비한 자가 수요, 특히 아파트 수요가 많다.

30대 청년들의 경우 최초 주택 구입은 집값 상승과 결혼 후 자녀 양육을 위한 안정된 주거환경을 확보하려는 일명 ‘주거사다리’용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충분한 대출의 공급은 주거사다리의 맨 밑단을 놓아주어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된다. 정책 또한 일괄적인 청년주거대책보다는 세대별 수요자의 특성에 맞춘 주거대책이어야 이런 불만과 비아냥을 듣지 않게 된다.

이전 세대인 4050은 상대적으로 저가였던 아파트를 저금리 융자를 얻어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세대는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로부터 높은 소득증가율을 향유하고 있고, 자산보유액 또한 크다. 반면, 청년들의 일자리는 최근 AI 도입과 수시 채용의 증가로 계속 감소하고 있고 안정된 직장을 찾기까지 4년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런 세대 간 비대칭(asymmetry)과 세대 내 분화된 수요의 특성을 무시하고 청년들에게 내놓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부정책이 현실을 모르는 탁상머리 행정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무슨 다른 의도가 있어서 그런지 시장 반응은 차갑고 정책 수혜자인 청년들은 분통만 터뜨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 정책의 시행 방법 또한 이러한 시장의 작동원리를 무시하면서 일단 내놓고, 비난받으면 수정하는 방법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문재인 정부 때 수요억제를 위한 23차례에 달하는 부동산정책이 가져온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주택담당 장관이 경제의 기본원리를 알고 있는지, 또 이전 정부의 그러한 결과를 기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정책의 기본은 시장의 작동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성격을 이해하고 정책으로 신호(signal)를 주어 시장이 그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시장수요는 목표 수요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세분화된다. 20대 청년의 수요와 30대 청년의 수요가 다르다는 얘기다. 30대 청년에 대한 ‘결혼페널티’의 제거는 물론 이들이 원하고 있는 아파트 구입과 주거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신혼특별공급 물량의 확대와 융자비율의 획기적 증대를 촉구한다.

참고로 우리보다 합계출산율(TFR)이 높은 저출생 일본 청년의 경우 직장만 제대로 다니고 있으면 도쿄도 내 주아파트가격의 90%에 달하는 융자를 장기 저금리로 얻어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당장 지금이라도 주택정책을 기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대통령 지지도는 차치하고 차기 집권에 대한 기대는 물 건너 갔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청년세대의 절망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암울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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