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 되고 옆집은 된다”⋯용도 따라 갈린 대출 문턱 [대출 총량의 새 문법]

입력 2026-08-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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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대출 여력, 신축 입주·서민금융에 우선 배분
일반 대출은 관리 강화⋯집단·중금리는 예외 적용
“총량 인센티브 확대에도 신용비용 함께 고려해야”

서울 서초구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A씨는 최근 가슴을 쓸어내렸다. 은행들이 잔금대출 한도를 늘리며 대출을 내주기로 해서다. 반면 결혼을 앞두고 기존 아파트 매입을 추진하던 30대 직장인 B씨는 여전히 높은 문턱 탓에 은행 창구에서 발길을 돌렸다. B씨는 “신용점수나 소득도 충분한데 신축 잔금은 수억 원씩 턱턱 풀어주면서 내 집 마련 대출만 옥죄니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선별 관리 기조로 전환하면서 대출 심사에서 차주의 소득과 신용도뿐 아니라 ‘대출 용도’가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한정된 대출 여력은 주택 공급과 서민금융에 우선 배분하는 반면, 자산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는 기존 주택 매입과 고액 신용대출은 틀어막는 ‘투 트랙’ 방식이 자리 잡는 모양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51조15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6조1810억원 늘었다. 은행들이 연초 금융당국과 협의해 정한 연간 증가 목표치(4조3363억원)를 1조8000억원 이상 웃돈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일반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이고 있다. 5대 은행이 이달 1~20일 승인한 주택담보대출은 5조7608억원이었다. 하루 평균 승인액은 2880억원으로 7월 하루 평균(3259억원)보다 11.6% 줄었다.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잔액도 20일 기준 109조7462억원으로 전월 말(109조7533억원)보다 71억원 감소했다.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번졌던 빚투 수요가 증시 변동성 속에 진정된 데다, 은행권의 한도 축소가 맞물린 결과다.

반면 주택 공급 및 입주와 직결된 집단대출에는 예외를 둔다. 금융당국은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을 금융사별 가계대출 총량과 별도로 떼어내 관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입주 예정자의 자금줄이 막히면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자체가 좌초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방향은 지난달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신축 아파트 잔금대출 차질 문제가 제기되면서 구체화했다. 정부는 8·13 대책에 앞서 입주 자금 점검을 지시했고, 은행들은 잔금대출 한도를 긴급 배정하며 집단대출을 늘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총량 관리 여건상 준공·입주 단지의 잔금대출이 가장 시급한 실수요”라며 “정책적 보호 대상에는 여력을 열어주되 기존 주택 매입 목적의 주담대는 강하게 죌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인센티브도 본격화했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저축은행·상호금융·여전사 등 제2금융권의 중금리대출 증가분 전액을 가계대출 총량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저축은행 80%, 여전사 40%만 제외했으나 연말까지 100% 전액 인정한다.

집단대출이 주택 공급 공백을 막기 위한 장치라면, 중금리대출 인센티브는 취약차주의 불법 사금융 이탈을 막는 안전판이다. 신용점수 하위 50% 이하 차주를 겨냥한 제2금융권 중금리대출은 연 12%대 금리 상한으로 공급되며, 당국의 관리 유보분에 반영된다. 은행권 역시 총량 제외 비율(현행 30%)의 상향을 검토 중이다.

다만 총량 예외 조치가 취약차주 대출 공급 확대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금융사의 건전성 리스크와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 인센티브가 생겨도 은행이 중금리대출을 무조건 늘리기는 어렵다”며 “연체에 따른 대손충당금과 부실채권 정리 등 신용비용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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