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85%가 자회사 관리…‘몸집에 갇힌 카카오’ 둘로 쪼개 승부수 [쪼개진 카카오, ‘두 엔진’ 시험대]

입력 2026-08-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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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AI·카카오X로 인적분할⋯비대해진 계열사 관리에 본체 성장 제약
공동 컨트롤타워 없애고 독립경영 전환⋯34조 잠재가치 현실화 관건은 ‘실적’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카카오가 20여 년간 키워온 거대한 사업 구조를 둘로 쪼개는 승부수를 던졌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본업과 계열사 관리·투자를 한 회사에서 수행하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지고 성장동력까지 약화했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는 기존 이사회 안건의 85%가 자회사 관리 등에 집중됐다고 진단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몸집이 커지며 생긴 비효율을 걷어내고 AI 시대에 맞는 ‘속도와 집중’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23일 카카오에 따르면 회사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는 안을 의결했다. 카카오AI가 신설법인, 카카오X가 존속법인이 된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다. 기존 주주는 이 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는다.

이번 분할의 배경에는 비대해진 카카오의 사업 구조가 있다. 그 동안 카카오는 카카오톡 기반 광고·커머스 사업을 직접 수행하면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를 동시에 관리해왔다. 모바일 시대 빠른 사업 확장을 가능하게 했던 구조가 오히려 AI 시대에는 의사결정을 늦추는 요인이 됐다는 게 카카오의 판단이다.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은 기자설명회에서 “최근 5년간 카카오 이사회 비경상 안건의 85%가 자회사 관리 등에 치중돼 본체 성장이 저해됐다”고 밝혔다. 이번 분할을 통해 사업 영역별로 자원을 최적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카오가 지난 2년여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계열사를 줄여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몸집을 줄이는 작업이 ‘가지치기’였다면 이번 인적분할은 남은 핵심 사업을 성격에 따라 완전히 나누는 구조 개편에 가깝다. 톡·AI 중심 플랫폼 사업과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 등 버티컬 사업은 성장 단계와 필요한 투자 방식, 시장의 평가 기준이 다른 만큼 하나의 경영체계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가치 재평가다. 카카오가 제시한 올해 8월 국내외 증권사 부분합산가치평가(SOTP) 컨센서스 평균 기준 그룹 잠재가치는 34조2000억원이다.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 16조8000억원보다 17조4000억원 많아 두 배 수준이다. 사업별 실적과 재무정보를 분리해 공개함으로써 카카오톡·AI 플랫폼과 주요 자회사의 가치를 각각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시장의 첫 반응은 냉랭했다. 분할 발표 직후 카카오 주가는 장중 11% 넘게 떨어졌고 21일 종가도 전 거래일 대비 7.49% 하락한 3만5800원에 마감했다. 인적분할 자체보다 향후 카카오AI의 AI 수익화와 카카오X의 투자 성과를 실제 실적으로 증명해야 기업가치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경계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2030년까지 카카오AI 매출 6조원, 카카오X 주요 사업 매출 10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실상 ‘두 개 엔진’이 합산 16조원 이상의 성장 청사진을 현실화하느냐가 이번 분할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카카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분할을 완료할 예정이다. 내년 1월 27일에는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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