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인수금융 만기' 다가오는데…대주단과 깊어지는 물밑 갈등

입력 2026-08-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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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회수 후 금융부채만 남은 거래 속출…GP 책임경영 시험대
리캡·배당으로 선회수한 GP도…부실 징후에 대주단 부담 가중

▲여의도 증권가. (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증권가. (게티이미지뱅크)

과거 유동성 호황기 시절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인수금융을 활용해 인수한 포트폴리오 기업을 둘러싸고 대주단과의 갈등이 수면 아래에서 깊어지고 있다. 인수 당시 높은 가격을 치른 데다, 대규모 인수금융을 일으킨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다. 특히, 기업가치 하락으로 매각이나 추가 출자가 쉽지 않은 가운데, 대출 상환보다 투자금 회수를 우선하는 일부 운용사(GP)를 두고 대주단의 불만도 커지는 모습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이 난항인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실적은 좋지만 배당을 하지 않는 탓에 대주단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최근 PEF 시장에서는 인수금융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 기업을 중심으로 GP와 대주단 사이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인수 당시 높은 가격을 지불한 기업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회수 전략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특히, 대주단의 불만이 집중되는 대목은 일부 운용사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다. 인수 초기 자본재조정(리캡)이나 고배당을 통해 이미 출자 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한 뒤, 금융부채만 잔뜩 남겨둔 채 사후 관리를 방치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적이 악화되자 "선순위 대주단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거나, 지분 가치 방어에만 매몰돼 대출 연장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면서 금융권의 불신이 극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 당시 과도한 멀티플을 적용해 차입을 최대로 일으킨 기업 중 현재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며 "투자자는 이미 배당 등으로 실익을 챙겼지만 남겨진 인수금융이 물려 있는 구조에서 기업이 흔들릴 경우, 손실 위험이 고스란히 대주단에 전가되면서 심각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포트폴리오 정상화 방식을 둘러싼 시각차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기업 가치가 훼손됐을 때 GP가 추가 자금(에쿼티)을 투입해 사업 재정비와 재무구조 개선을 주도해야 하지만, 추가 손실을 꺼리는 운용사들은 만기 연장(롤오버)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매각을 둘러싼 주주 간 이견이나 소송전으로 인해 리파이낸싱 만기가 기계적으로 연장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누적되는 고금리 이자 부담과 법적 비용은 고스란히 대주단과 기업의 몫으로 돌아간다.

반면, 일부 하우스는 펀드 수익률이나 단기적인 체면 손상을 감수하더라도, 손실을 확정 짓는 매각을 단행해 대주단 원리금 상환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거나 책임경영 차원에서 대규모 추가 출자를 단행해 턴어라운드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위기 국면에서 대주단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GP의 평판이 극명하게 갈리는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도래할 대규모 인수금융 만기 시점을 자본시장의 분기점으로 본다. 단순 만기 연장으로 부실을 이연시키는 '폭탄 돌리기'가 한계에 다다른 만큼, 수면 아래 잠겨 있던 한계 거래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기업 실적이 꺾인 상황에서 차입금만 과도하게 얹힌 딜들은 결국 대주단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며 "향후 인수금융 시장에서는 단순한 트랙레코드를 넘어 위기 시 대주단과의 상환 약속을 지키고 책임경영을 실행할 수 있는 GP인지 가려내는 '옥석 가리기'가 한층 엄격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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