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대신 투자·상시추경 우려…미래기금의 그림자

입력 2026-08-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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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부가 반도체 초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넣어 첨단산업 등 성장 투자와 회계연도 중 발생한 긴급한 정책 수요 등에 활용하기로 하면서 시급한 국가채무 상환을 미루고 사실상 '상시 추가경정예산(추경)' 통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안에 따르면 해당 기금은 내년도 내국세 세입예산이 결산액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을 웃도는 '추가세수'와 당해연도 세입예산 상회분인 '초과세수' 등이 들어간다. 정부는 반도체 초호황기에 세수를 쌓아두고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과 청년·지방·교육 등 잠재성장률 확충에 투자하고 결손 때 기금을 활용해 재정여력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지속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세수 호황기에 나랏빚을 줄이기보다 투자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는 것. 4월 추경을 반영한 올해 국가채무 전망치는 1412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8조3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국가재정법은 세계잉여금의 30% 이상을 국채 상환 등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100조원 규모까지 거론되는 해당 기금은 국채 상환 의무가 없는 재원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정부는 기금 수익률을 국고채 3년물 금리보다 높게 운용하고 국채이자를 상쇄할 수준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기금 핵심 동력이 될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지출 부담만 부각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박성훈 기획처 미래대응기금 TF 단장은 브리핑에서 "추가세수로 부채를 먼저 갚을 것이냐, 기금을 할 것이냐는 가치판단의 영역"이라며 "국채를 갚을 때 아낀 이자보다 빌릴 때 이자가 더 큰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기금 여유자금은 최소한 국채 이자의 상당 부분 이상 커버할 수 있도록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이 '상시 추경' 형태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회계연도 중 예측이 어려운 정책 수요 발생 시 기금으로 신속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회 시야에서 다소 벗어난 소위 '쌈짓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단장은 "새 정책수요가 발생하면 계속 추경을 하기보다 그해 발생한 초과세수에 따른 기금 적립액으로 신속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며 "그걸 '상시 추경'이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금 도입과 함께 개편한 지방재정교육교부금의 '전년 총액 보장' 규정도 재정 경직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처는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던 방식을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를 반영한 산식으로 바꾸면서, 교부금 산출액이 전년 총액보다 적으면 그 차액을 전액 보전한다는 조항을 교부금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부금은 산식상 매년 늘어날 때는 증가해도 줄어들 때는 전년 수준으로 묶인다. 반도체 호황기에 높아진 교부금이 이후 경기 부진 등에도 영구적인 최저선으로 남는 셈이다. 김홍순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교육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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