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하고 고치고…역대 정부서 반복된 '정책 U턴' [혼란 키우는 오락가락 세제]

입력 2026-08-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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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표효과로 신중할수록 '잠김현상' 길어져⋯세법 특성상 정책 U턴 근본적 해소는 어려워

▲<YONHAP PHOTO-2236>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세제개편안 관련 발언하는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2026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2026.8.4    hkmpooh@yna.co.kr/2026-08-04 10:02:21/<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YONHAP PHOTO-2236>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세제개편안 관련 발언하는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2026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2026.8.4 hkmpooh@yna.co.kr/2026-08-04 10:02:21/<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물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제 개편안 발표 후 여론이 악화하고, 이후 대통령 지시로 개편안이 재검토된 상황은 매 정권에서 반복됐다.

대표적인 세법 U턴 사례는 지난해 발생했던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논란이다. 지난해 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이후 증시 불안이 커지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끝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며 철회를 시사했다. 정부·여당은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에도 유사한 사태가 있었다. 당시 정부는 2021년부터 대주주 양도세 부과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고 가족 주식 보유액까지 합산해 계산하는 방안을 강행하려 했다. 이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기획재정부 장관 해임 청원 등이 빗발쳤다. 끝내 백기를 든 정부는 10억원 기준을 유지했다.

더 과거 사례로 2013년 정부는 세부담이 느는 기준선을 연소득 ‘3450만원’으로 설정한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월급쟁이 쥐어짜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고, 기재부는 발표 27시간 만에 기준선을 ‘5500만원’으로 높인 수정안을 내놨다. 이는 세법이 여론에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조세는 납세자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책보다 저항이 심하다.

일정대로 입법이 진행됐으나 시행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정부는 2020년 연간 5000만원(국내 주식)을 초과하는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 수익에 22.0~27.5%의 세금을 물리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금투세 도입안은 소득세법 개정안에 포함돼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그런데 시행을 앞둔 2022년 12월 여·야는 증시 침체 우려 등으로 유예기간을 2년 연장했다. 2024년에는 정부·여당이 공식적으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여기에 동의했다. 결국 금투세는 2024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마찬가지로 2020년 소득세법 개정에 포함됐던 가자산 과세안도 폐지를 앞두고 있다. 2021년 11월, 2022년 12월, 2024년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유예기간이 연장됐다. 예정대로면 내년 시행돼야 하나, 현재 국회에는 2030년까지 추가 유예안과 폐지안이 함께 발의돼 있다. 올해 정부의 세제 개안에는 가상자산 관련 내용이 없는 만큼, 전적으로 국회 결정에 달렸다.

세법 특성상 충분한 의견 수렴 후 정책을 발표하기 어려워 근본적으로 정책 U턴이 해소되긴 어렵다.

임상수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는 “너무 신중하게 접근하면 의견을 충분히 검토했으니 조세조항은 줄겠으나 공표효과(announcement effect)로 시장에 혼란을 준다. 지금도 잠김현상이 발생하는데, 더 길어질 수 있다”며 “신속하게 진행하면 조세저항은 커지지만 공표효과에 따른 잠김현상이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속한 개편안 마련·발표를 두고 졸속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개정안의 부작용을 얼마나 예측했는지를 놓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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