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이해관계자경영 시대] 5. 동양철학과 통하는 ‘이해관계자경영’

입력 2026-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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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행복할 때 경영성과 극대화
백성 존중이 고객 섬김으로 이어져
‘사람중심’이 AI시대 관통하는 사상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오랫동안 경제학의 대답은 분명했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을 창출하고 주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경영학계는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업은 과연 주주만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자가 미국 버지니아대학의 경영학자 에드워드 프리먼(Edward Freeman)이다. 그는 기업은 주주만이 아니라 고객, 직원, 협력회사, 투자자,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함께 높일 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이해관계자경영(Stakeholder Management)’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지속가능경영의 철학적 기반이자 세계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이 이론을 접했을 때 낯설기보다 오히려 익숙했다. 오랫동안 경영 현장에서 실천해 온 ‘사람중심 기업가정신’과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던 시절, 나는 직원들에게 고객만족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여러분을 대하는 만큼 고객을 대해 달라”고 말했다. 직원은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 첫 번째 고객이다. 직원이 존중받고 행복해야 고객도 감동하고, 고객이 감동해야 기업도 성장한다. 당시에는 다소 비효율적인 철학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조직의 신뢰는 높아졌고 구성원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였으며, 고객 만족과 경영 성과도 함께 향상되었다.

왜 이런 방식이 효과적이었을까. 돌이켜보면 그 답은 서양 경영학이 아니라 동양철학 속에 이미 들어 있었다.

공자는 조직을 움직이는 힘을 ‘인(仁)’에서 찾았다. ‘논어’의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말은 가까운 사람이 기뻐하면 먼 사람도 찾아온다는 뜻이다. 오늘날 기업 경영으로 옮기면 직원과 고객, 협력회사가 행복한 기업에는 더 많은 인재와 고객, 투자자가 모여든다는 의미다. 최고의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맹자의 ‘민위귀(民爲貴)’ 역시 같은 철학을 담고 있다. 가장 귀한 것은 백성이라는 그의 사상은 오늘날 기업에서는 고객과 직원을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겨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어진다. 리더는 권한을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는 점도 오늘날 이해관계자경영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세종대왕은 ‘임현사능(任賢使能)’을 국정운영의 원칙으로 삼았다. 현자에게는 맡기고 능자에게는 시키면 된다는 의미다. 사람을 믿고 권한을 부여하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만드는 경영은 오늘날 인재경영과 자율경영의 본질이기도 하다.

퇴계 이황은 리더십의 출발점을 ‘수기(修己)’에서 찾았다. 자신을 먼저 바르게 세우는 사람이 조직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의 인격은 조직의 문화를 만들고, 조직문화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도 신뢰를 잃으면 오래갈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이해관계자경영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서양 경영학이 이를 이론으로 정립했다면, 동양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을 중심에 둔 공동체의 원리로 실천해 왔다.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 신뢰를 조직 운영의 출발점으로 삼는 철학, 함께 성장해야 지속될 수 있다는 사고는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이러한 철학은 보험산업에서 더욱 절실하다. 나는 오랫동안 “보험은 머니 스토리(Money Story)가 아니라 러브 스토리(Love Story)”라고 말해 왔다. 보험은 돈을 파는 산업이 아니라 사랑과 책임을 지키는 산업이다. 고객의 불안을 덜어주고 가족의 미래를 지켜주는 것이 보험의 본질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할 때 보험은 비로소 신뢰의 산업이 된다.

AI가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기술은 사람을 대신할 수 있지만 신뢰는 대신할 수 없다. 인공지능은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지만 존중과 배려, 책임과 공감은 여전히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래서 AI 시대일수록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이해관계자경영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해관계자경영은 새로운 경영기법이 아니다. 그것은 동양철학이 오래전부터 말해온 사람의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오늘의 기업경영으로 다시 풀어낸 것이다.

결국 기업은 사람을 통해 성장하고,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 사람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간다. 이것이 이해관계자경영의 본질이며, 동시에 동양이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전해준 가장 깊은 경영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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