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폭염 '여름방학' 끝…프로야구 갈 길 멀다 [해시태그]

입력 2026-08-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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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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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45번째 시즌 만에 처음이었죠. 닷새간의 강제 ‘여름방학’을 마친 프로야구가 11일 다시 시작합니다.

선수와 관중을 기록적인 폭염에서 보호하기 위한 사상 첫 리그 전면 중단이었는데요. 경기는 뒤로 밀렸죠. 덕분에 전 구단 가을야구 직행(?)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요.

10일 기준 KBO가 9월 6일 이후 새로 편성해야 할 경기는 리그 전체 100경기입니다. 시즌 개막 전부터 추후 편성 대상으로 남겨둔 45경기에 폭염과 비 등으로 취소된 55경기가 더해진 수치죠.

여기에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까지 겹치면서 KBO리그는 어느 때보다 빡빡한 종반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6일 서울 강남구 KBO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폭염 긴급 대책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강남구 KBO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폭염 긴급 대책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KBO는 5일 당일과 6일 예정된 전 경기를 취소한 데 이어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7~9일 주말 15경기까지 열지 않기로 했는데요. 이에 5일부터 9일까지 예정됐던 1군 정규시즌 25경기가 모두 취소됐죠.

폭염으로 전국 모든 구장의 경기가 한꺼번에 취소된 것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인데요. 리그는 월요일 휴식일을 포함해 약 일주일을 쉰 뒤 11일 재개됩니다.

전면 중단에 앞서서도 경기는 잇따라 멈췄는데요. 1일 부산과 창원 2경기, 2일 창원 1경기, 4일 잠실과 광주 2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됐습니다. 여기에 5일부터 닷새 동안 열리지 못한 25경기를 합치면 올해 폭염 취소는 30경기죠.

우천 취소 21경기와 그라운드 사정 4경기를 더한 전체 취소 경기는 10일 기준 55경기로 늘었습니다. 그라운드 사정 취소 역시 대부분 앞서 내린 비와 배수 문제에서 비롯됐는데요.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 전광판에 우천취소 안내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 전광판에 우천취소 안내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재개 이후에도 평소와 똑같이 경기를 치르는 것은 아닙니다. KBO는 다음 달 6일까지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한 평일과 주말 경기를 모두 오후 7시에 시작하기로 했는데요. 고척 경기는 평일 오후 7시, 토요일 오후 6시, 일요일 오후 2시를 유지합니다.

3회와 7회 종료 뒤 이닝 교대 시간을 4분으로 늘리는 ‘쿨링 브레이크’도 고정 운영하는데요. 5회 종료 뒤 클리닝타임은 필요하면 기존보다 2분 긴 최대 6분까지 운영할 수 있죠.

이번 사태를 거치며 폭염 취소 기준도 두 차례 손질됐습니다. KBO는 4일 기상특보 단계에 따른 기준을 내놓았지만, 같은 날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잠실과 광주 경기만 취소하고 폭염경보가 내려진 인천 경기는 진행했죠.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온열질환 의심 환자가 발생하자 기상청 특보만으로는 구장별 복사열과 통풍, 관중 밀집도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국을 뒤덮은 폭염에 오늘과 내일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1, 2군 경기가 모두 취소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에 놓인 온도계가 50도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을 뒤덮은 폭염에 오늘과 내일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1, 2군 경기가 모두 취소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에 놓인 온도계가 50도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KBO가 6일 보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경기장 소재 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당일 오후 1시 전까지 발효돼 있으면 경기를 취소하는데요. 오후 1시 이후 발효되면 발효 시점에 즉시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죠.

다만 관중 입장이나 경기 시작 뒤 중대경보가 발효되면 관중 이동 상황과 현장 체감온도, 선수·관중 상태를 종합해 중단 여부를 결정합니다. 경기장이 아닌 인접 지역에만 중대경보가 내려진 경우에도 현장 판단을 적극 반영해 경기 개최 여부를 검토하는데요.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 단계에서는 경기운영위원이 오후 1시부터 경기장 체감온도와 기상예보를 계속 확인합니다. 경기 시작 예정 시각의 현장 체감온도가 35도에 이르거나 그럴 것으로 예상되고 선수·관중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취소할 수 있죠.

원칙적인 결정 시한은 경기 시작 3시간 전이지만 이후에도 취소할 수 있고, 경기 시작 시각을 오후 7시 30분까지 늦출 수도 있는데요. 경기를 시작한 뒤에도 현장 체감온도와 온열질환자 발생 상황 등에 따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전국을 뒤덮은 폭염에 오늘과 내일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1, 2군 경기가 모두 취소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이 그라운드 온도를 재고있다. (연합뉴스)
▲전국을 뒤덮은 폭염에 오늘과 내일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1, 2군 경기가 모두 취소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이 그라운드 온도를 재고있다. (연합뉴스)


다만 체감온도 35도가 곧바로 취소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35도라는 수치에 안전상 중대한 우려가 있다는 현장 판단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인데요. 중대경보가 아닌 상황에서는 구장별 결정이 달라질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죠.

KBO 규정상 강풍과 안개,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황사도 경기 취소 사유인데요. 올해는 폭염과 비, 비로 인한 그라운드 사정 때문에만 경기가 순연됐습니다.

폭염으로 야구 일정을 바꾸는 일은 해외도 있습니다. 그러나 KBO처럼 1군 정규시즌 전체를 여러 날 한꺼번에 중단하기보다는 개별 경기를 늦추거나 옮기는 방식이 일반적이죠.

미국프로야구의 2026년 공식 야구규칙은 경기 전 홈 구단이 부적절한 날씨와 그라운드 상태를 판단하도록 하는데요. 폭염에 별도의 공통 취소 온도를 제시하지는 않았죠.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최고기온이 화씨 106도, 섭씨 약 41.1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되자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인 캑터스리그는 낮 경기 10경기 이상을 저녁으로 옮겼는데요. 취소보다는 한낮을 피한 방식을 택했죠. 다만 사막 기후인 피닉스는 여름철 습도가 높은 한국과 체감온도와 인체의 열 배출 조건이 달라, 당시 기온을 국내 상황과 그대로 견주기는 어렵습니다.


▲프로야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된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모습. (연합뉴스)
▲프로야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된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모습. (연합뉴스)


일본에서는 지난달 22일 지바롯데와 오릭스의 2군 경기가 4회 도중 노게임으로 끝났는데요. 지바롯데는 열중증으로 의심되는 이상 증세를 보인 사람이 여러 명 발생해 경기를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일정한 기온 기준에 따라 미리 취소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타난 선수들의 상태를 고려한 조치였죠.

해외에도 폭염 대응은 있지만, 닷새간 1군 25경기를 모두 멈춘 KBO의 결정은 그만큼 이례적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죠. KBO는 올 시즌 팀당 144경기 가운데 135경기를 다음 달 6일까지 우선 편성하고, 팀당 9경기씩 리그 전체 45경기는 우천 취소 경기와 함께 추후 편성하기로 했는데요.

‘여름방학’ 전까지 폭염 30경기, 우천 21경기, 그라운드 사정 4경기 등 55경기가 취소됐습니다. 애초 일정에서 비워둔 45경기에 이 55경기를 더하면 새로 일정을 짜야 하는 경기가 무려 100경기죠.

팀별 부담은 다릅니다. 10일 기준 NC 다이노스는 95경기만 치러 정규시즌 49경기를 남겼는데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반면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키움 히어로즈는 104경기를 소화해 잔여 경기가 40경기로 가장 적습니다. 9월 6일 이후 편성 대상도 NC는 25경기, 키움은 16경기로 9경기 차이가 나는데요.

리그 전체로는 정규시즌 720경기 가운데 500경기를 치러 220경기가 남았죠. 11일 이후 폭염이나 비로 추가 취소 경기가 나오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나는데요. 빡빡해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가 편성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전국을 뒤덮은 폭염에 오늘과 내일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1, 2군 경기가 모두 취소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이 텅 비어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프로 10개 구단 단장과 프로야구선수협회 관계자가 참석하는 폭염 긴급 대책 회의를 6일 열어 관중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은 리그 운영과 안전 대책을 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종합 대책이 수립되기 전까지 5∼6일 프로야구 1, 2군 전 경기를 열지 않기로 했다. (연합뉴스)
▲전국을 뒤덮은 폭염에 오늘과 내일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1, 2군 경기가 모두 취소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이 텅 비어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프로 10개 구단 단장과 프로야구선수협회 관계자가 참석하는 폭염 긴급 대책 회의를 6일 열어 관중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은 리그 운영과 안전 대책을 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종합 대책이 수립되기 전까지 5∼6일 프로야구 1, 2군 전 경기를 열지 않기로 했다. (연합뉴스)


9월에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도 기다리고 있는데요. 다음 달 21일 예선을 시작해 27일 결승까지 최대 6경기가 열리지만, KBO리그는 대회 기간에도 중단하지 않죠.

확정된 한국 야구대표팀 명단은 24명입니다.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에서는 구단별 상한인 3명씩이 선발됐는데요.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에서는 2명씩,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에서는 1명씩 차출됐습니다.

다만 한화는 아시아쿼터 투수 왕옌청도 대만 대표팀에 선발됐는데요. 이에 따라 아시안게임 기간 자리를 비우는 선수는 한국 대표팀 2명과 대만 대표팀 1명을 합쳐 모두 3명으로 늘었습니다. 각 구단은 순위 경쟁이 한창인 시기에 대표 선수들의 공백을 안고 잔여 일정을 치러야 하죠.

KBO도 차출 부담과 혹서기 일정을 고려해 후반기 현역 선수 등록 가능 인원을 29명에서 30명으로 늘렸는데요. 매년 9월 1일부터 시행하던 확대 엔트리는 올해 8월 25일로 일주일 앞당겼죠. 이때부터 최대 등록 인원은 34명, 출장 인원은 32명이 됩니다.

현장에서는 폭염 취소 기준을 넘어 팀당 144경기 체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박진만 삼성 감독은 2일 전날 경기는 취소하고 비슷한 더위 속 다음 날 경기는 진행한 것을 두고 “어제는 안 하고, 오늘은 하고. 기준이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호준 NC 감독도 퓨처스리그만 취소된 지난달 30일 “2군은 안 되고 1군은 되나”라고 반문했죠.

전면 중단 뒤에는 선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한발 더 나아가 폭염과 비, 선수 부상 등을 고려하면 “경기 수 자체가 너무 많다”며 144경기 축소 필요성을 제기했죠. 취소된 경기도 결국 다시 치러야 하고, 국내 돔구장은 고척 한 곳뿐이라는 이유입니다.

폭염 속 ‘여름방학’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아직 남은 100경기와 아시안게임 차출,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기상 변수는 그대로인데요. 프로야구는 다시 시작하지만 144경기의 종착점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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