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 판단의 기준은 ‘고도의 개연성’이다.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해당 사실이 있었다고 시인할 수 있는 정도의 심증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 진술에만 의존하는 소극적 조사에서 벗어나 동료 증언, 메신저 기록, 업무지시서 등 관련 증거를 폭넓게 확보하는 적극적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신고 내용을 언행별로 나누어 각각의 증거를 독립적으로 검토하고, 유사 사안의 판례를 충분히 참고하되 사안이 중요하거나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사업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도입하여 엄정 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일관성 있게 장기간 시행되면 예방 효과가 높아지고 건전한 조직 문화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무관용 정책이 경영진의 즉흥적 판단에 따라 운용되거나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중징계로 이어진다면, 피신고인의 불복으로 사업장이 패소하는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사후 징계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구성원의 인식 제고와 예방 교육을 통해 분쟁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무관용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경영진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예방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감정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공정한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징계보다 예방이 먼저이고, 원칙보다 절차가 먼저다. 이 순서를 지키는 사업장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노동분쟁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 노무법인 화연 대표 오수영 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