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빠르고 공급은 더디다…집값 처방의 명암 [부동산 해법 전쟁]

입력 2026-08-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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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공급보다 빠르게 영향⋯강남3구 주택 가격 일부 조정"
"거주 필수면 주거 공간 줄고⋯전·월세 시장 부담 전가 우려"

정부가 최근 세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집값 안정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세금만으로는 주택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공급 확대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세제를 통한 수요 관리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선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높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내놨다. 투자 목적의 수요를 줄이고 주택을 자산 증식이 아닌 거주 중심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세제를 활용한 수요 관리는 공급 정책보다 시장에 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신규 주택 공급은 후보지 선정부터 보상과 인허가, 착공,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는 반면 세제는 발표 직후 시장 심리와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초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각각 0.01%, 0.02% 오르며 사실상 보합세를 나타냈다. 세제 개편 전후로 강남권 주택 시장은 전반적인 관망세를 보이는 추세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제 개편을 통해 일시적으로 수요를 억누르고 시장 불안을 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초고가 아파트의 보유 부담이 커지면서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내년 4~5월께 일부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고가 주택 가격이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세제 강화만으로는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울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심리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충분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토론회에서 “정부의 의지나 발언과 달리 바뀐 세제개편안에 이해충돌이 있어 ‘덜 똘똘한 한 채’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부터 서울시에서는 가구 수 증가 속도가 주택 순증 속도보다 더 빠르다”며 “매매가 필수는 아닌데 거주가 필수라면 주거 공간이 부족해지고 전·월세 시장은 주거비가 늘어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제 개편안이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자를 겨냥했지만 결국 전·월세 시장과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서울은 시민의 절반 이상이 임차인인 도시인데도 이번 정부 대책은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비거주 주택 보유자까지 모두 투기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수행하는 역할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학계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재정학회 전문가 간담회에서 "모든 주택을 거주 목적으로만 보유해야 된다고 하면 사실상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거주할 주택이 없다"며 "주택에 대해서 양도세 등을 부과할 때 보유 특별 공제를 했던 이유는 내가 거주하지 않더라도 보유를 통해 전·월세와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제와 공급을 대립적인 정책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제는 단기적으로 과열된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책 신뢰도 강조했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세제 개편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려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책 목적은 보다 명확해야 한다”며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제 강화가 거래 활성화를 위한 것인지,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고가 주택의 기준도 30억원인지 50억원인지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세 기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만들고 일관된 원칙을 제시해야 정책의 수용성과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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