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아닌 ‘제3자 승계’도 지원
산업 경쟁력ㆍ고용 유지에 초점
지원대상 기술 선별 쉽지 않아
절세ㆍ세금회피 악용 차단 과제

가업승계 세제를 보는 정부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2026년 세제개편안은 자녀에게 회사를 넘기는 친족 승계 지원보다 기술·고용·거래망을 유지하며 기업을 존속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후계자 부재로 흑자 기업이 문을 닫고 숙련기술과 일자리까지 함께 사라지는 일이 늘면서, 승계를 상속세 경감이 아닌 산업 경쟁력과 고용 유지의 문제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를 손보는 한편 인수합병(M&A)과 임직원 인수(EBO) 등 제3자 승계에도 세제 지원을 열었다. 반면 장기 저PBR, 중복상장, 교환사채(EB) 발행 등 기업가치를 낮춰 승계 부담만 줄이려는 방식에는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을 살리는 승계에는 인센티브를, 절세형 승계에는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재계 최상단에서 이미 비슷한 문제의식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는 점도 이번 개편의 맥락을 읽는 데 의미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0년 대국민 사과에서 “이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더는 유일한 승계 모델이 아니라는 점이 한국 재계의 상징적 사례를 통해 이미 드러난 셈이다. 정부의 이번 개편은 이런 흐름을 중소·중견기업 승계정책 차원에서 제도화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방향 전환은 낯설지 않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친족 승계뿐 아니라 임직원 승계와 M&A를 사업승계 정책의 틀 안에서 다뤄왔다. 한국 역시 이번 개편을 계기로 가업승계의 의미를 “가문을 잇는 일”이 아니라 “기업을 남기는 일”로 넓히기 시작한 셈이다.

다만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원 대상을 어떻게 가려낼지, 강화된 요건이 실제 승계를 지나치게 어렵게 만들지는 않을지에 따라 실효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문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방향은 분명하지만, 어느 기업이 대상이 되는지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면 정책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장 유능한 사람이 기업을 승계하는 것이 자본주의 취지에 맞고, 그 사람이 꼭 자식일 필요는 없다”며 제3자 승계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단순한 세금 감면보다 기업을 계속 운영하는 동안 과세를 미루는 과세이연 방식이 적절하다”며 “정부가 지원할 기술을 미리 선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자녀가 가업을 잇지 않는 상황에서 제3자 승계를 허용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절세나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제한도를 1000억원까지 늘리는 데 대해서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경영기간을 30년으로 늘리고 전문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기준으로 삼으면 기업이 대상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심의위원회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는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개편의 성패는 제3자 승계라는 새로운 통로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떤 기업을 지원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승계 과정에서 기술과 일자리를 실제로 지켜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승계세제의 무게중심을 ‘가문’에서 ‘기업’으로 옮긴 만큼, 이제는 지원 기준의 예측 가능성과 제도의 실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