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기준 57.1%에 머물러
美 전략비축유 43년래 최저

중동 전쟁 발발 5개월이 넘어선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충격이 확산 중이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으로 유럽의 겨울철 가스 비축이 사실상 멈춰 선 가운데 미국에서는 상업용 원유와 전략비축유(SPR)가 빠르게 감소, 향후 공급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가스 저장시설 충전율은 이달 초 기준 57.1%에 머물렀다. 최근 5년 평균인 74%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나아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같은 시기를 기준으로 최저치에 머물렀다. 북반구 겨울 난방 수요 증가를 약 2개월 앞뒀으나 유럽 에너지 기업의 비축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가격이다. 유럽에서는 가격이 낮은 여름에 가스를 구매해 저장한 뒤 겨울 난방수요에 대응한다. 그러나 올해는 중동 전쟁 여파로 LNG 가격이 급등해 계절적 비축 구조가 무너졌다. 이날 오전 기준, 유럽 천연가스 시장의 기준물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1메가와트시(MWh)당 56.30유로에 달했다. 전쟁 이전보다 70% 이상 오른 규모다. 여름 가격이 겨울보다 높아진 만큼, 주요 에너지 기업은 당장 가스를 사들여 저장할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상태다.
중동산 LNG 공급 차질은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독일 비영리단체 우르게발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의 러시아산 LNG 수입량은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다. EU가 러시아에 지급한 가스 대금은 59억6000만유로, 우리 돈으로 약 9조8000억원에 달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스페인이 주요 수입국으로 꼽힌다.
유럽의 가스 비축에 빨간불이 켜진 사이 미국의 원유 재고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까지 한 주 동안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720만 배럴, 전략비축유는 380만 배럴 각각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략비축유는 3억770만배럴로 줄어 4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상업용 원유와 전략비축유 재고가 4월 초 이후 약 20% 줄었다”며 “지난 4개월간 전 세계 육상 원유 재고 감소분의 약 70%를 미국이 떠안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전략비축유 방출과 수출을 통해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해 왔지만 현재와 같은 재고 감소 속도는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동발 공급 불안은 국제유가에도 즉각 반영됐다. 이란의 미군 시설 공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복 예고가 이어진 지난달 29일 브렌트유는 7.9% 급등한 배럴당 90.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의 LNG 비축 비율과 관련해 "지난달 벨기에의 경우 천연가스 40만t 전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으로 집계됐다"며 "겨울물 선물 가격보다 여름물 선물 가격이 더 높아 에너지 기업 입장에서 가스를 사서 저장할 유인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