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역 이용에 제재 위반 우려…2차 제재 차단이 관건

정부가 이달 22일 부산항 출항을 목표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선박과 운항 일정, 화물 모집 등 실무 준비는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러시아 해역 이용에 따른 대러시아 제재 문제가 마지막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가 미국 등 서방국과 진행하는 막판 조율 결과가 첫 시범운항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2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한 범정부 조직인 북극항로 추진본부는 부산에 거점을 둔 팬스타라인닷컴을 시범운항 사업자로 선정하고 이달 22일 출항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범운항에는 2700TEU급 컨테이너선이 투입된다. 부산항을 출발해 러시아 쪽 북극해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운항한 뒤 독일 함부르크와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쳐 복귀하는 일정이다. 왕복 운항에는 40∼45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용선을 위한 선박 금융 협의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정부는 수요조사 등을 토대로 시범운항 선박에 약 1300TEU 규모의 화물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화주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팬스타는 최근 화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했다.
일본 화주들도 이번 시범운항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일본 항만보다 부산항에서 출발하는 것이 운송 효율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무 준비는 대부분 끝났지만 대러 제재 문제가 최종 관문으로 남았다. 한국 선박이 러시아 쪽 북극항로에 진입하면 항로 안내와 기상 정보 등의 서비스를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아야 한다. 거래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를 위반할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제재 대상국과 거래한 기관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미국 등 서방국과 사전 조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극항로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해 있어 항로 진입을 위해서는 러시아 측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시범운항이 국제 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관련국과 막판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제 정세가 다시 경색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에서 추가 대러 제재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면 시범운항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북극항로는 부산과 로테르담 간 운송 거리를 수에즈운하 경유 항로보다 약 8000㎞, 36% 줄일 수 있는 대체 항로로 꼽힌다. 홍해와 중동 지역의 긴장이 이어지면서 물류·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항로로서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도 북극항로 선점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북극항로에서 29차례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