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美·남미 경제외교 마무리…AI·핵심광물 넘어 메르코수르 시장 연다

입력 2026-08-0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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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를 잇는 경제외교를 통해 인공지능(AI)·반도체부터 핵심광물과 에너지, 통상으로 협력의 범위를 넓혔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벤처자본과 기술·투자 협력을 다졌고, 남미에서는 희토류와 리튬·구리 공급망을 강화한 것이다.

또 2021년 이후 중단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의 동력도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동포간담회를 끝으로 7박 11일간의 미국·남미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번 순방은 미국의 첨단기술·자본과 남미의 풍부한 자원, 한국의 제조 역량을 연결해 미래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첫 방문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AI와 반도체 협력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등 글로벌 AI·반도체 기업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와 기술 협력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기반과 제조업 경쟁력, 대규모 데이터센터 수요를 갖춘 만큼 글로벌 AI 기업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글로벌 기업의 기술과 투자를 결합하고, 한국을 신기술의 개발·실증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털과의 만남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세쿼이아캐피털, 제너럴캐털리스트, 코슬라벤처스,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 등은 한국의 AI·로봇·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대기업 중심의 기술 협력을 스타트업과 벤처 생태계로 확장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남미 3개국에서는 핵심광물과 에너지 공급망 협력에 무게를 실었다. 희토류가 풍부한 브라질과 리튬·구리 주요 생산국인 칠레·아르헨티나를 잇는 자원 협력망을 구축하고, 광물의 탐사와 채굴부터 가공·생산·재활용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브라질에서는 희토류 등 핵심광물뿐 아니라 방산·항공·우주·에너지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과 브라질산 다목적 수송기 C-390을 매개로 한 방산 협력을 추진하고 위성 발사와 우주산업,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분야에서도 공동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특히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를 위한 고위급 실무체계를 마련한 점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제라우두 알키민 브라질 부통령을 공동대표로 하는 실무그룹을 가동해 농축산물과 제조업 시장 개방 등 협상의 걸림돌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국과 메르코수르는 2018년 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했지만 농축산물 개방과 제조업 관세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2021년 7차 협상 이후 논의를 이어가지 못했다. 메르코수르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이 협상 재개에 힘을 싣고 정상 간 직통 협의체까지 마련하면서 중단된 협상을 다시 움직일 정치적 동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칠레에서는 구리와 리튬 등 핵심광물 협력을 제도화했다. 양국은 핵심광물 협력채널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탐사와 개발, 생산, 가공, 재활용까지 전 주기에 걸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순한 광물 수입을 넘어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와 고부가가치화 사업 참여를 확대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2004년 발효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10년간 열리지 않았던 자유무역위원회를 재가동하고 디지털통상과 공급망, 투자 등 변화한 통상환경을 반영한 현대화 협상을 진전시키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리튬과 원유를 중심으로 경제안보 협력을 구체화했다. 양국은 핵심광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해 관련 정책과 투자제도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리튬의 탐사·채굴 등 밸류체인 전반에서 기업 투자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현지에서 진행 중인 한국 기업의 리튬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

원유 분야에서는 아르헨티나산 원유의 상업적 도입을 뒷받침할 정부 간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기업이 올해 88만 배럴을 시험 도입해 정제 적합성과 경제성을 검증하고 있는 가운데, 상업적 구매로 이어질 경우 중동에 집중된 국내 원유 조달 구조를 일부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은 이중과세방지협정도 최종 타결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이중과세 부담을 줄이고 투자 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 식품의 현지 등록 절차를 단축하기 위한 고위생감시국 지정 협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의 조속한 재개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번 순방을 통해 메르코수르의 양대 경제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협조를 이끌어내면서 약 2억8000만 명 규모의 남미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상 간 합의를 실제 투자와 교역 확대로 연결하는 후속 작업은 과제로 남았다. 핵심광물 개발에는 대규모 자금과 장기간의 인허가가 필요하고,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도 회원국별 산업 이해관계와 시장 개방 수준을 둘러싼 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브라질과의 고위급 실무그룹, 칠레의 장관급 핵심광물 협력채널, 아르헨티나와 재가동하기로 한 경제공동위원회와 에너지자원협력위원회를 활용해 정상외교 성과를 기업 투자와 공동사업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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