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는 침체 없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낙관론은 이미 자산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하반기 글로벌 증시는 높아진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기업 실적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예상에 부합하는 실적을 보여준다면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지만,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작은 악재라도 발생한 기업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얼라이언스번스틴 자산운용(AB자산운용)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하반기 글로벌 자본시장 전망 보고서를 31일 발표했다. 올 상반기까지 지속된 랠리 이후 추가 상승 여력은 유효하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완벽한 착지'라는 점을 핵심으로 강조했다.
AB자산운용은 미국 경제가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변동에도 불구하고 식품·상품·서비스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시장 역시 채용과 해고가 모두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성숙기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실질임금 둔화와 저축 감소는 향후 성장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AB자산운용은 물가 재상승 가능성과 고용시장 과열 위험이 모두 제한적인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상 없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상반기 글로벌 증시를 견인한 가장 큰 동력으로 AI를 꼽았다. AI 인프라 구축과 수익성 확보에 대한 기대가 시장 전반에 반영되면서 S&P500의 EPS는 올해와 내년 모두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B자산운용은 최근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가장 수혜 가능성이 있는 업종 중 하나로 반도체를 제시했다. 반면 대규모 AI 설비투자를 이어가는 하이퍼스케일러는 내년부터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높은 밸류에이션과 하이퍼스케일러 지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 정책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는 AI 투자 규모보다 지속 가능한 이익 창출 능력을 갖춘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AB자산운용은 하반기 주식 투자 전략으로 △우량 기업 중심의 선별 투자 △AI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장 동력 발굴 △선제적 변동성 관리 등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AI와 관련하여 앞으로는 다양한 성장 동력 테마가 발생할 것이고 이에 따라 특정 테마에 집중도를 높이는 것보다 스타일이나 지역별로 다변화된 기회에 분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기업이나 포트폴리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하반기에는 AI에 대한 기대보다 실제 이익 창출 능력이 기업 가치를 좌우할 것"이라며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AI와 다양한 성장 산업에 균형 있게 투자하고 다양한 투자 지역과 업종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 변동성에 대응하는 것이 안정적인 투자 성과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AB자산운용은 채권시장에 대해 현재의 높은 절대금리(All-in Yield) 수준이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 여건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를 상당 부분 반영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약 4.5% 수준까지 상승한 가운데, 현재 높은 금리 환경이 오히려 장기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에서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국가와 자산군을 아우르는 분산투자를 통한 선별적 듀레이션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 하락으로 물가연동국채(TIPS)의 투자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크레딧 자산에 대해서는 견조한 기업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연초 수준까지 축소됐지만 절대금리(All-in Yield)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위값을 상회해 투자 매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하이일드 시장은 담보부 채권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0%에서 현재 약 35%까지 확대되는 등 시장의 질적 개선이 이뤄진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의 높은 절대금리는 채권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캐리 수익과 진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선별적인 듀레이션 전략과 함께 투자등급 회사채 등 우량 크레딧 자산을 적극 활용하고, 고수익 채권, 일부 신흥국 현지통화 채권까지 투자 대상을 넓히는 글로벌 분산투자 전략이 하반기에도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