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안병억의 유러피언 드림] 지방분권 강화 시동건 英 신임총리

입력 2026-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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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제2총리실 두고 성장책 논의
지속적 경기침체에 민생안정 시급
빠듯한 재정형편 자금조달이 관건

“제 인생 최고의 날입니다. 권력이 너무 런던에 집중돼 있었는데, 제2 총리 집무실을 맨체스터에 열어 지방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20일 영국 총리에 취임한 노동당의 앤디 버넘이 첫 지방 일정으로 잉글랜드 북서부의 맨체스터를 찾았다. 자신이 9년간 시장으로 재직했던 시내 중심가에 제2 총리 집무실을 열며 지방분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임을 천명했다. 지방에 더 많은 권한을 주면 경제성장을 제고할 수 있다는 확신은 시장 재임시절 경험에서 나왔다. 2016년부터 10년간 맨체스터시는 3.1%의 성장률을 기록해 영국 경제성장률보다 2배 높았다.

제2 집무실에서 신임 총리는 국가경제위원회를 주재했다. 재무장관과 주택장관 등 주요 각료들, 그리고 인근 지역의 지자체 단체장이 참가해 지역 중심의 경제성장책을 논의했다. 국가경제위원회는 2008년 9월 미국발 경제위기가 영국 등 유럽 각국으로 확산될 때 당시 고든 브라운 노동당 총리가 만든 기구다.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전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야 했기에 이 기구를 만들었다. 버넘 신임 총리는 현재 영국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규정해 시급하게 정부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인식했다. 그만큼 영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은 좋지 않다.

먼저 노동당 당수(총리)가 중도에 교체됐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당수는 2024년 7월 4일 조기 총선에서 하원 의석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을 얻어 14년간의 보수당 정권을 끝내고 집권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경제성장을 추동하기 위한 이렇다 할 구체적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잦은 정책 번복에다, 여러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중도 사임했다. 유권자들은 노동당으로 정권 교체 후 민생 안정을 위한 구체적 성과를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압승 후 10개월이 지난 작년 4월부터 노동당의 지지율은 반이민과 반이슬람을 앞세운 극우 영국개혁당보다 최소 7~8%포인트 뒤처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압승을 이끌었던 스타머가 2년 만에 당수(총리)직을 내려놓았다. 노동당 하원 의원들이 자당의 현직 당수(총리)를 퇴출한 것으로 전례가 없다. 신임 총리가 분열된 당을 하나로 모으고 유권자들이 원하는 민생안정에 집중해야 할 이유다. 경제성장률도 지난 몇 년간 1% 내외에 정체돼 있다.

버넘 총리가 지방분권의 획기적 강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운 것은 지방이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경험 이외에 영국 개혁당 견제도 한몫했다. 개혁당은 2029년 예정된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등의 지방의회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1997년 ‘제3의 길’을 앞세워 집권한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 때 지방분권이 실시됐다. 1707년 잉글랜드와 통합돼 폐지됐던 스코틀랜드 의회도 지방분권의 실시로 292년이 지난 1999년 부활됐다. 그런데 영국 개혁당은 잉글랜드가 주도하는 중앙집권적인 통합 왕국을 원하고, 혈세 낭비를 줄이려 하기 때문에 구성 공화국의 지방의회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버넘 총리는 취임 첫날 민생안정책을 발표했다. 겨울 동안 전기요금 부가세 면제와 선술집 펍 등에 대한 20% 감세, 버스 편도요금 상한선을 2파운드, 약 3900원 정도로 정했다.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지만 이 지원에만 13억 파운드 넘게 들어간다. 그런데 빠듯한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어디에서 필요한 돈을 조달할지 불명확하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총리 취임 첫주의 행보와 정책 우선순위를 분석하며 민생안정 정책의 양면을 지적했다. 긴축과 물가 급등에 지친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적절한 지원이지만 재정 조달이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중도에 당수(총리)를 바꾼 노동당에는 총선까지 3년 정도가 남았다. 유권자들은 14년간 보수당의 실정에 실망해 노동당에 기회를 줬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에서 성과를 내고 팍팍한 삶이 나아진다는 믿음을 유권자들에게 줘야 노동당은 재집권이 가능하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저자,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 제작·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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