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도에도 밭일 못 멈춘다…‘의무휴식’ 밖에 놓인 고령 자영농

입력 2026-07-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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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33도면 노동자는 2시간 이내 20분 휴식…자영농은 작업중단 스스로 결정
논밭 온열질환 542명·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55.8%…예방요원도 91개 시군 한정

▲경북 의성군에 폭염 특보와 호우 특보가 동시에 발효된 20일 단촌면 구계2리에서 마늘·양파 농사를 짓는 농민이 전날 폭우로 토사를 뒤집어쓴 마늘을 계곡물에 씻고 있다. 해당 마을은 전날 내린 비로 도로 유실과 침수, 단전·단수가 되는 피해를 봤다.    psik@yna.co.kr/2026-07-20 16:17:37/<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에 폭염 특보와 호우 특보가 동시에 발효된 20일 단촌면 구계2리에서 마늘·양파 농사를 짓는 농민이 전날 폭우로 토사를 뒤집어쓴 마늘을 계곡물에 씻고 있다. 해당 마을은 전날 내린 비로 도로 유실과 침수, 단전·단수가 되는 피해를 봤다. psik@yna.co.kr/2026-07-20 16:17:37/<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연합뉴스)

체감온도가 33℃ 이상이면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원칙적으로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줘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논밭을 일구는 자영농에게는 이 같은 의무휴식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작업과 휴식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수확 지연과 상품성 하락을 감수해야 해 폭염에도 일손을 놓기 어렵다. 지난해 논밭에서만 542명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가운데 농작업 중단을 농민 개인의 판단에 맡긴 현행 대응만으로 고령농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399명이며 이 가운데 8명이 숨졌다. 지난 26일에는 전북 김제의 한 밭에서 9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고 사인은 열사병으로 확인됐다.

온열질환 피해는 지난해에도 심각했다. 지난해 환자는 4460명으로 전년보다 20.4% 늘었다. 발생 장소별로는 실외 작업장이 1431명으로 가장 많았고 논밭이 542명으로 전체의 12.2%를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농림어업 종사자가 348명이었으며 전체 환자의 30%는 65세 이상이었다.

온열질환이 고령층에 집중되는 가운데 농업 현장의 높은 고령화율은 피해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2024년 농림어업조사 기준 농가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비율은 55.8%에 달한다. 농진청이 올해 농업 분야 온열질환 사망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피해자는 주로 90세 이상 고령층이었으며 사고는 오후 1시부터 5시 사이 논밭과 비닐하우스에 집중됐다.

이처럼 폭염에 취약한 고령농이 많지만 지난해 법제화된 폭염 안전기준은 사업주가 고용한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체감온도 33℃ 이상인 장소에서 작업하면 사업주는 원칙적으로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체감온도 35℃ 이상이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 중단이 권고되고 38℃ 이상인 폭염중대경보 때는 긴급작업을 제외한 옥외작업 중단이 강하게 권고된다.

농장에 고용된 계절근로자 등은 원칙적으로 의무휴식 적용 대상이다. 반면 자영농과 가족 단위 농가는 별도의 사업주가 없어 작업 중단 여부를 스스로 결정한다. 작업과 휴식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작업 중단을 강제하거나 이행 여부를 점검할 별도의 법적 장치는 없다.

정부는 이 같은 현장 관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요원’을 도입했다. 5월 7일 기준 농업인단체 소속 선도농업인 967명이 전국 91개 시군에서 농가를 찾아 폭염 위험을 점검하고 쿨토시와 아이스 넥밴드 등 예방용품을 나눠준다. 응급처치와 안전 행동요령 교육도 맡는다.

다만 활동 지역은 91개 시군, 운영 기간은 6월부터 8월까지로 한정된다. 예방요원이 시군당 평균 10명 남짓 배치된 셈이어서 넓게 흩어진 논밭과 홀로 일하는 고령농을 상시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함평군 대동면 상강마을과 천지농협을 찾아 마을주민과 외국인 계절노동자에게 폭염특보 발령 시 농작업 자제,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등 폭염 대응 행동요령에 따를 것을 안내하고 쿨키트·쿨스카프 등 온열질환 예방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함평군 대동면 상강마을과 천지농협을 찾아 마을주민과 외국인 계절노동자에게 폭염특보 발령 시 농작업 자제,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등 폭염 대응 행동요령에 따를 것을 안내하고 쿨키트·쿨스카프 등 온열질환 예방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정부는 예방요원 운영과 마을방송, 드론·차량 등을 활용한 현장 대응을 병행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함평군 상강마을과 천지농협을 찾아 폭염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송 장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 작업 자제를 당부하는 마을방송을 직접 송출하고 산불감시용 드론·차량을 활용한 농경지 예찰과 온열질환자 발견·구조 활동, 농촌 왕진버스 운영 상황을 살폈다. 송 장관은 “폭염으로 인한 농업인 인명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인께서는 가장 무더운 시간대에는 농작업을 중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등 폭염 행동요령을 반드시 실천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농진청도 체감온도 38℃ 이상 또는 기온 39℃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면 야외 농작업을 전면 중단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폭염중대경보 발효 여부와 별개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논밭과 비닐하우스 작업을 피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자영농에게 농작업 중단은 수확 지연과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작업 중단을 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읍·면 단위로 논밭과 비닐하우스의 체감온도를 측정해 경보를 전달하고 홀로 일하는 고령농의 안전을 확인하는 지역 단위 대응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농진청 관계자는 “폭염 시기에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대로 농작업 시간을 조정하고,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물을 자주 마시며 그늘에서 자주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지럼증, 두통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농작업을 멈추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하고, 증상이 심하면 주저 말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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