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 규제⋯사업성 넘어도 마지막 고비 [정비사업 병목 해부 ③]

입력 2026-08-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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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비 수요 늘지만 대출잔액은 감소
공급 확대 속 가계대출 규제 충돌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정비사업은 행정 절차와 사업성의 벽을 넘어도 또 하나의 고비가 있다.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마쳐도 조합원 이주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철거와 착공으로 나아갈 수 없다. 최근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이주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또 다른 병목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이주비 대출잔액은 2024년 5월 19조원에서 지난해 5월 17조40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감소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17조원으로 4000억원 더 줄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가 이주비 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 이후 가계대출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현재 이주비 대출은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최대 6억원의 한도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주비 대출 수요는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이주비 대출 보증 발급 가구는 올해 1~5월 6952가구로 집계됐다. 2024년과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5435가구, 5578가구보다 증가한 수치다.

이주비 대출은 조합원이 기존 주택에서 이주한 뒤 새 아파트가 준공될 때까지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한 필수 자금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조합원 이주가 완료돼야 철거와 착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비사업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관문으로 꼽힌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주비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초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을 조사한 결과 91%에 해당하는 39곳, 약 3만1000가구가 이주비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이주비 대출 규제는 단순히 이주를 늦추는 문제가 아니라 착공 지연과 금융비용 증가, 조합원 분담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낳는다"며 "사업이 늦어질수록 금융이자와 공사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정비사업에서는 이주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정비사업장에서는 6·27 대출 규제 적용 여부를 둘러싼 해석 차이로 혼선도 발생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조합들은 금융권의 대출 취급 기준과 정부 해석을 확인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쏟아야 했고 사업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른 정비사업장들도 이주비 대출 기준과 금융권의 대출 취급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현재 사업 추진을 막고 있는 주요 원인은 인허가 절차보다 금융·거래 규제"라며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이주비 대출이 막히고 조합원 지위 양도까지 제한되면서 사업이 차질을 빚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이주비 대출 등 금융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주택 공급 과정에 필요한 이주비까지 일반 가계대출과 동일한 틀에서 관리하는 것은 공급 확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자문위원인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주비 대출은 단순한 주택 매입 자금이 아니라 주택 공급과 직결된 금융"이라며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주택 구입 대출과는 차등화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과 관련된 금융 규제와 지원책은 일반적인 대출 규제와 결을 달리해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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