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만으론 부족…R&D·투자 생태계 지원 뒤따라야”[약가인하 후폭풍④]

입력 2026-07-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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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특허절벽 기회 놓치면 한국 제약 미래 없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가 올해 4월 10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가 올해 4월 10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정부의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약가제도 개편을 통한 연구개발(R&D) 중심의 산업 구조 전환 추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이번 개편으로 기업 간 경쟁력 격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상위 제약사들은 이미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았거나 R&D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약가 인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이 강화된 만큼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적극적인 R&D 투자와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중소·중견 제약사들은 보다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원장은 “개량신약 개발이나 중개연구 기반의 임상을 꾸준히 수행하는 기업은 혁신형 기업에 준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단순 제네릭 중심 기업은 당장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약가 우대를 받기는 쉽지 않다”며 “점안제처럼 대형사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개량신약 개발 역량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기보다 특화 분야를 육성하고 개발도상국 등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해외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도 개편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정 원장은 “2011년 일괄 약가인하 당시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적응하며 산업 경쟁력이 오히려 강화됐다”며 “이번에도 기업들이 대거 퇴출되거나 M&A가 급증하기보다는 기업 스스로 체질을 개선하고 사업 구조를 선진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제시한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보다 구체적인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네릭 중심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약가를 낮추고 혁신형 제약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서 수백억 원이 필요한 R&D 투자가 저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은 “정부가 약가를 낮춰 R&D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궁극적으로 무엇을 만들겠다는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10~20년 안에 글로벌 빅파마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블록버스터 신약을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국가 차원의 목표가 보다 명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약기업만이 아니라 신약개발 생태계 전체를 바라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제약사 하나만 지원한다고 산업 경쟁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바이오벤처가 성장하고, 투자금이 회수되고, 다시 연구개발로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술이전과 자본시장, 임상개발을 포함한 신약개발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후속 지원책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보건복지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은 약가 우대 정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R&D 세제 지원과 바이오 투자 활성화, 임상 2상(PoC)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원, 임상시험 승인 절차 개선 등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030년 글로벌 의약품 특허절벽(Patent Cliff)을 한국 바이오산업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이어지면서 세계 시장에서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도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 2~3년 안에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파도에 올라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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