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적어도 8월 초까지…폭염 언제까지 이어지나
파리·동유럽도 다시 기온 급등…북반구 곳곳 ‘열돔’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고” 장마의 끝에 잠시 내쉰 안도감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며칠 전을 잊게 만드는 ‘폭염’때문인데요. 밤에도 뜨거운 공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죠.
26일 경남 밀양과 양산의 낮 최고기온은 39.3도, 경주는 39도까지 올랐는데요. 서울도 32.6도를 기록한 가운데 높은 습도까지 더해져 전국적으로 찜통더위가 이어졌죠. 전남 광양과 대구·경상권 일부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준의 더위가 예상될 때 발령되는 폭염중대경보도 내려졌습니다.
더위는 당분간 물러날 기미가 없어 보이는데요. 기상청은 다음 달 6일까지 아침 기온이 24~26도, 낮 기온은 32~39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 남부지방을 중심으로는 35도 이상까지 오르고 열대야도 계속될 전망이죠.
그런데 이 더위, 한국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두 차례 장기 폭염을 겪은 프랑스는 이번 주 기온이 다시 오르고, 중·동유럽도 주 후반 35도를 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보됐는데요. 미국 중부와 남부에서는 새로운 열돔이 발달해 수천만 명이 폭염 경보의 영향권에 들었죠. 극한 폭염 동시 발발,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이번 한국 폭염의 중심에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있습니다. 대기 중·하층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상층에는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자리 잡은 구조인데요.
고기압권에서는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며 압축돼 기온이 오릅니다. 하강기류는 구름의 발달도 억제해 강한 햇볕이 지면을 그대로 달구게 하죠. 위아래로 겹친 두 고기압이 뜨거워진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누르는 셈이죠.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까지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 수증기가 두 고기압과 나란히 놓이는 ‘제3의 고기압’은 아닌데요. 다만 땀이 증발하는 것을 방해해 체감온도를 높이고 밤에는 지표의 열이 빠져나가는 복사냉각을 약화해 열대야를 키우는 증폭 요인이 됩니다.
이 때문에 소나기가 내려도 더위가 오래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데요.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기온이 잠시 떨어지지만, 그친 뒤 높아진 습도가 후텁지근함을 더하는 상황이죠. 서울과 대구 같은 대도시에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낮에 저장한 열을 밤에 다시 내보내는 도시 열섬까지 겹치고 있는데요.
거기다 더위의 중심이 된 대구·경북에는 지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죠. 남서쪽에서 들어온 습한 공기가 산을 넘는 과정에서 수증기를 잃고, 산 아래로 내려오며 더 뜨겁고 건조해지는 푄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분지에 들어온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 특성까지 더해져 26일 경주 39도, 고령 38.1도, 대구 36.8도까지 기온이 올랐습니다.

서유럽은 한국보다 먼저 달아올랐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17~30일 첫 폭염에 이어 7월 4일부터 두 번째 폭염이 16일간 이어졌는데요. 12일에는 37개 주에 적색경보가 내려졌고 생트 42.1도·나르본 41.2도·파리에서는 열흘 연속 열대야가 나타났죠.
폭염이 물러난 뒤에도 더위는 다시 고개를 들 전망입니다. 파리의 낮 최고기온은 27일 26도에서 28일 32도, 29일 37도까지 급등한 뒤 30일 33도, 31일 29도로 낮아질 것으로 예보됐는데요. 주말에는 다시 30도를 웃돌 가능성이 언급됐습니다.
중·동유럽도 주 후반으로 갈수록 뜨거워지는데요. 부다페스트는 31일 36도에서 다음 달 2일 38도까지 오르고, 베오그라드는 30일부터 나흘간 35도 안팎의 더위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바르샤바도 28일 22도에서 31일 36도로 기온이 크게 뛸 것으로 예보됐죠.
누적된 폭염과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위도 기록적으로 낮아졌습니다. 루마니아 구간의 유량은 평년 7월 초당 4700㎥에서 1700㎥로 줄어 199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요. 선박 운항과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물속에 잠겨 있던 난파선까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유럽의 고온은 이미 기록으로 확인되는데요.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6월 서유럽 평균기온은 20.74도로 평년보다 3.06도 높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습니다. 유럽 전체 육지 평균기온도 평년보다 1.78도 높은 19.14도로 역대 두 번째였죠.
미국에서도 별도의 열돔이 발달했습니다. 사막 남서부부터 멕시코만 연안, 중서부와 대평원까지 약 8000만 명이 폭염 경보의 영향을 받았는데요. 남서부에서는 최고 49도 안팎이 예상됐고, 사우스다코타주 래피드시티는 44도까지 올라 관측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유럽, 미국이 동시에 덥다고 해서 하나의 고기압이 북반구 전체를 덮은 것은 아닌데요. 한국과 일본은 북태평양고기압, 서유럽은 북아프리카의 뜨거운 공기를 끌어올린 고기압과 오메가 블로킹, 미국 중·남부는 별도의 강한 고기압이 폭염을 만들었습니다.
이들 기압계를 큰 틀에서 연결하는 것은 제트기류인데요. 제트기류가 크게 굽이쳐 북쪽으로 솟은 곳에는 고기압이 발달하기 쉽죠. 고기압이 정체하면 뜨거운 공기가 북상하고 하강기류와 강한 햇볕이 더해져 열돔이 만들어지는데요. 반대로 제트기류가 남하한 곳에는 찬 공기와 비구름이 들어옵니다.
한 지역의 더위가 누그러질 때 다른 지역은 달아오르고, 고기압이 다시 강해지면 폭염도 되돌아오는데요. 올해 북반구 폭염은 하나의 열돔이 퍼진 것이 아니라, 지역별 폭염이 잇따라 발생하며 시기가 겹쳤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전 세계 고온 극한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1950년 이후 증가했으며,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요. 토양 수분과 도시화, 토지 이용, 해양·대기 변동 등은 지역별 차이를 만드는 요인입니다.
평균기온이 오르면 기온 분포 전체가 높은 쪽으로 이동해 33도나 35도 같은 기준선을 넘는 날이 급격히 늘어나는데요. 토양이 마르면 햇빛 에너지가 수분 증발보다 지면과 공기를 데우는 데 집중돼 폭염도 더욱 강해죠.
2022년 미국기상학회 학술지 ‘Journal of Climat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10년대 발생 빈도는 1980년대의 약 6배로 늘었습니다. 평균 발생 면적은 46% 넓어지고 강도는 17% 높아졌는데요. 2010년대에는 5~9월 153일 가운데 연평균 143일 동안 두 곳 이상의 대규모 폭염이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도 연평균 폭염일수는 1973~1982년 8.3일에서 2016~2025년 18.3일로 2.2배 늘었는데요. 열대야일수는 4.1일에서 12.2일로 3배 증가했습니다. 폭염과 열대야가 더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나는 흐름도 뚜렷해졌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이달 25일까지 국내 온열질환자는 1301명, 추정 사망자는 6명으로 집계됐는데요. 25일 하루에만 환자 64명이 추가됐습니다.
일본에서는 13~19일 열사병 등으로 1만857명이 구급 이송됐는데요. 전주보다 약 2.4배 늘어난 규모인데요. 사망자는 14명, 중증 환자는 321명이었으며 65세 이상이 전체의 62%를 차지했습니다. 발생 장소는 주거지가 41.7%로 가장 많아 실내도 폭염에서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프랑스 공중보건청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일까지 고온 영향 지역에서 평년 예상치보다 5764명이 더 사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습니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2가 75세 이상이었죠.
한국은 적어도 다음 달 6일까지 뚜렷한 폭염 완화 신호가 없는데요. 낮 기온이 최고 39도까지 오르고 열대야도 이어질 전망이죠. 비나 태풍으로 잠시 기온이 내려가더라도 북태평양고기압이 재확장하면 더위가 돌아올 수 있는데요. 당장 기온이 내려가더라도 여름 폭염이 끝났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