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소외·대형주 쏠림에 퇴출 위기
업계 "시총 단일 잣대는 과잉 규제"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상장폐지를 피할 방도만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폭 강화된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을 두고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가 터뜨린 답답한 심경이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꾸준히 영업이익 흑자를 내며 부채비율도 20~60%대에 불과한 '알짜 기업'들이 단지 시가총액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증시에서 강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코스닥 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시가총액 기준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면서다. 부실·좀비기업을 솎아내겠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시장의 조명을 받지 못해 저평가된 소형 가치주마저 일률적인 '시총 잣대'에 걸려 억울하게 퇴출당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안에 따라 2026년 7월 1일부터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종목이 30거래일 연속 계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시총 200억원을 상회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 폐지된다. 2027년 1월 1년부터는 퇴출 문턱이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으로 한층 더 높아진다.
30일 본지가 한국거래소 상장 코스닥 종목 1821개를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종목은 215개로 나타났다. 스팩(SPAC)과 펀드형 종목을 제외하면 총 142개사다. 이 가운데 최근 3년(2023~2025년)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흑자를 지속해서 기록 중인 곳은 산업용 보일러 제조사인 부스타가 사실상 유일하다.
부스타는 2025년 매출 1208억원, 영업이익 18억원, 당기순이익 16억원을 올리며 최근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2025년 기준 부채비율은 23.35%에 불과하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매년 시가배당률 3~5% 수준의 현금배당을 시행했다. 그러나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145억원에 불과해 직접적인 퇴출 사정권에 들어섰다.
문제는 2027년부터 시행되는 '시총 300억원 미만' 기준이다. 시총 200억~300억원 사이에 포진한 우량 소형주들 역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 종목 중 시총 2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242개 종목 중 대표적인 우량주 5곳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특수강 제조업체 원일특강은 2025년 매출 3881억원, 영업이익 124억원을 올린 중견급 기업이다. 부채비율도 60%대로 안정적이며 매년 200원 이상의 주당배당금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287억원에 머물러 있어 2027년 제도 시행 시 곧바로 퇴출 사정권에 들어간다.
기초 화학소재 생산업체 한창산업 역시 부채비율이 19.15%에 불과하고 지난해 영업이익 79억원, 영업현금흐름 61억원을 기록한 알짜기업이지만, 시총이 228억원에 그쳐 비상이 걸렸다. 방산·로봇 단조부품 제조사인 포메탈 역시 2025년 부채비율 21.01%, 3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 매년 주당 60원의 현금배당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총이 265억원으로 300억원을 넘지 못한다.
반도체 검사장비 전문 기업 성우테크론은 부채비율 33.23%, 영업활동현금흐름 70억원을 달성했지만 시총은 223억원에 불과하다. 매출은 2023년 338억원, 2024년 417억원, 2025년 40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8억원 적자에서 이듬해 12억원, 지난해 2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도 2023년 11억원 적자에서 2024년 22억원, 2025년 48억원으로 증가했다.
전통 죽염 시장 1위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2023년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와 높은 배당 성향을 실현하고 있는 인산가도 시총이 203억원에 머물러 있다. 매출은 2023년 373억원, 2024년 325억원, 2025년 35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7억원, 8억원, 23억원을 냈다. 당기순이익은 50억원, 9억원, 6억원이다.
물론 시총 200억원 미만 142개 종목 중 3년 연속 흑자와 건전한 재무 상태를 유지한 기업이 부스타 정도로 손에 꼽힌다는 점은, 최하위권 내 알짜 기업이 극도로 드물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극소수에 불과하더라도 내실을 갖춘 기업이 존재하는 한, 단지 시가총액이라는 단일 지표만으로 상장 자격을 일률 박탈하는 것은 부실기업 적출이라는 제도 취지를 넘어선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일수록 불공정 거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제하에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시가총액이라는 지표가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모두 대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실해서 시총이 낮아진 곳도 있지만, 실적이나 재무건전성과 무관하게 단지 시장에서 소외돼 저평가된 기업도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 상반기 반도체주 랠리로 코스피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자금이 쏠리면서 코스닥 시장 전반의 주가가 급락했다.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은 개선됐음에도 자금이 대형주로만 집중되면서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올해 1월 2일 925.47에서 7월 24일 748.22로 177.25포인트(19.15%) 급락했다. 부스타의 올해 1월 2일 기준 시총은 340억원이었다. 같은 날 △원일특강 357억원 △한창산업 333억원 △포메탈 422억원 △성우테크론 308억원 △인산가 469억원도 모두 시총 300억~400억원을 상회하던 기업들이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관리종목 지정 후 부여되는 3개월 남짓의 시간 동안 소형주가 시가총액을 유의미하게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유상증자, 강력한 호재가 필요하지만 M&A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형주는 유상증자 규모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방에 위치하거나 소외 업종에 속한 중소기업들은 서울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는 것조차 힘겨운 실정"이라며 "밸류업 공시나 IR에 힘을 쏟더라도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