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 구글에 대규모 과징금을 결정했다. 사실상 ‘휴전’ 상태인 미국과 유럽의 무역 전쟁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EU의 핵심 경쟁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구글에 8억9000만유로(약 1조2000억원)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DMA를 근거로 대규모 과징금 결정이 나온 것은 지난해 4월 애플과 메타에 이어 이번 구글이 세 번째. 이 법을 근거로 부과된 과징금 규모로 역대 최고액이다.
EU는 구글이 사실상 독점적인 검색 엔진과 앱스토어 구글플레이를 활용해 경쟁 업체에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소비자가 검색 엔진을 이용할 때 자사의 쇼핑이나 호텔 예약, 교통 안내 등의 서비스를 상위에 표시, 타사 서비스를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EU는 구글이 검색 과정에서 자사 서비스 우위에 대해 4억6000만유로, 구글플레이 운영 과정에서 소비자가 더 저렴한 다른 경로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4억3000만유로의 과징금을 각각 책정했다.
유럽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구글에 대한 과징금 철퇴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징금 철퇴를 내린 시기는 “최악”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10% 글로벌 보편관세의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관세 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자국 기업인 구글이 과징금 철퇴를 맞자 “이런 조치로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유럽 수출에 막대한 불확실성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EU가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과 대서양 동맹의 무역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도 이번 주 공화당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EU의 ‘차별적인’ 디지털 정책에 맞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EU를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미국은 이날 유럽과 한국 등을 비롯한 60개국을 대상으로 강제노동 문제를 이유로 10~1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유럽은 10%를 적용받게 됐다. 여기에 미국은 현재 한국과 유럽을 포함한 16개 경제주체의 과잉생산 분야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최대 12.5% 관세가 얹어질 수 있다. EU도 지난해 한국처럼 수출품에 대해 15% 관세 상한선을 설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폴리티코는 “EU는 미국 정부가 겉으로는 협정을 준수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비공개적으로는 백악관이 언제든 새로운 고관세 조치를 발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도 이러한 우려를 인식한 듯 이번 구글 과징금 부과와 무역 전쟁을 분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EU는 “이번 결정은 EU 법의 정상적인 집행”이라면서 “총 과징금액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약 0.22% 정도로 비교적 적은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도 “이것이 미국의 관세 보복 구실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