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C 관리⋯원유ㆍLNG 우회망 재편
카타르 LNG 증설도 해협 위기에 차질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지원하는 ‘동맹 신뢰ㆍ건설 파트너십(PACTㆍPartnership for Allied Trust and Construction)’ 기금 설립안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협의 중이다. 미국은 50억달러를 투자하고 사우디ㆍUAEㆍ카타르ㆍ바레인ㆍ쿠웨이트ㆍ오만ㆍ이라크ㆍ요르단 등 8개국으로부터 총 5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금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관리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에는 전쟁 중 파괴된 정유시설과 파이프라인, 항만 등뿐 아니라 호르무즈를 통하지 않고 원유와 가스를 수출할 수 있는 우회 인프라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도상국 지원에 초점을 맞춰온 DFC의 역할을 미국의 국가안보와 에너지 공급망 확보 쪽으로 넓히려는 구상이기도 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해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통과한 세계 최대 에너지 요충지다. 세계 해상 원유 거래량의 약 25%가 이곳을 거쳤지만 이를 대체할 경로는 제한적이다. 현재 실질적으로 가동 가능한 우회 송유관을 갖춘 국가는 사우디와 UAE 정도이며 추가 수송 여력도 하루 350만~550만 배럴에 그친다. 반면 카타르와 쿠웨이트, 이라크, 바레인은 원유·가스 수출 대부분을 호르무즈해협에 의존한다.
국가별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사우디는 동부 유전지대와 홍해 얀부항을 잇는 동서 송유관을, UAE는 아부다비와 오만만의 푸자이라항을 연결하는 송유관을 운영한다. 반면 카타르 등이 새로운 우회망을 구축하려면 인접국 영토와 항만을 거쳐야 한다. 호르무즈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다른 중동 국가에 대한 새로운 의존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호르무즈 사태의 충격은 이미 LNG 증설 사업으로 번졌다. 카타르에너지는 호르무즈해협의 사실상 폐쇄로 필요한 장비를 들여오지 못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인 노스필드 LNG 확장 프로젝트의 후속 생산설비 가동이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노스필드 이스트의 첫 생산설비는 내년 상반기 가동할 예정이지만 이후 설비 일정은 해협 위기의 향방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이란 측 공격으로 라스라판 수출기지가 피해를 보면서 카타르 LNG 생산능력의 17%도 가동 불능 상태다.
100억달러 기금은 아직 협의 단계로 시행 시점과 투자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다. 카타르 역시 인접국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은 상업성과 기술 측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란과 평화합의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을 복구하더라도 다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기금 조성의 걸림돌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