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혁신기업 키운다’…제약업계, R&D·구조조정·M&A 재편 본격화[약가인하 후폭풍②]

입력 2026-07-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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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중심 성장 한계, 산업 체질 개선 신호탄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다음 달 1일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시행을 앞두고 국내 제약업계가 생존 전략 전면 수정에 나섰다. 약가 인하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조직 슬림화, 인수합병(M&A)까지 사업 구조 전반을 다시 짜는 모습이다. 업계는 약가제도 개편이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 공식을 ‘복제약 중심’에서 ‘혁신 중심’으로 바꾸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로 낮추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시행한다. 대신 R&D 투자와 혁신 성과를 갖춘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기존 수준의 약가를 인정하는 우대 제도를 적용한다.

정책의 목표는 동일 성분 제네릭 난립을 줄이고 R&D 중심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동안 제네릭 판매 비중이 높은 기업과 신약개발에 적극 투자한 기업 간 차별성이 부족했던 만큼 약가 체계부터 혁신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은 47개사로 전체 약 400개사 중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기업의 R&D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형·준혁신형 인증 기업을 늘려 K-제약바이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체질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이번 개편을 단순한 약가 인하를 넘어 산업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판매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동일한 판매량을 유지해도 수익성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사업 모델만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조직과 사업 구조 재편 움직임은 이미 본격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휴온스다. 휴온스는 최근 바이오의약품 R&D 자회사인 휴온스랩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생산 자회사인 휴온스생명과학도 흡수합병하며 연구·생산 기능을 본사로 일원화했다. R&D 조직을 통합해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필요한 R&D 역량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동제약도 신약 R&D 자회사인 유노비아를 6월 흡수합병했다. 2023년 R&D 전문회사로 분사한 지 약 2년 만이다. 회사는 신약개발과 사업화 기능을 통합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R&D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서 R&D 투자 비중이 중요한 평가 요소인 만큼 연구조직을 본사로 편입해 투자 규모를 키우고 사업 효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일부 제약사들은 희망퇴직과 조직 통폐합, 사업부 재편 등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고 핵심 파이프라인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R&D 투자 부담은 커지는 반면 제네릭 수익성은 낮아지면서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번 약가 개편이 제약바이오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네릭 중심 사업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M&A나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R&D 역량과 자금력을 갖춘 상위 제약사들은 유망 바이오벤처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 가능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사업 매각이나 구조조정, 전략적 제휴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번 제도 개편이 결국 국내 제약산업의 ‘옥석 가리기’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은 그동안 제네릭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는 혁신 신약과 글로벌 경쟁력이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향후 2~3년이 국내 제약업계의 판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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