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의 AI 격파에 中매체 발끈…"설계된 승리"

입력 2026-07-2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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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 AI 카타고와의 3번기 승리

(출처=시나스포츠 캡처)
(출처=시나스포츠 캡처)

바둑 세계 최정상 신진서 9단이 AI 카타고와의 3번기에서 승리하자 중국 매체가 대국 조건을 문제 삼으며 불만을 드러냈다. 신진서의 기량은 인정하면서도 AI의 성능을 제한한 경기를 ‘인간의 승리’로 포장한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21일 ‘신진서, 카타고에 2대 1 승리…설계된 승리로는 바둑의 미래를 풀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점수만 보면 인간 최고 기사가 AI를 꺾은 화려한 결과”라면서도 “경기를 인간의 승리로 포장할수록 어색함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매체가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것은 두 점 접바둑이라는 대국 방식이다. 신진서는 매 대국 흑돌 두 점을 먼저 놓고 시작했다. 제한시간 역시 신진서에게는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진 반면 카타고는 매 수를 20초 안에 결정하도록 설정됐다.

카타고를 구동한 장비의 성능도 비판 대상이 됐다. 이번 대국에는 엔비디아 RTX 3090 그래픽카드 4장을 병렬로 연결한 전용 시스템이 사용됐다. 시나스포츠는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연산 환경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AI의 능력이 제한됐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각각의 조건은 따로 보면 설명할 수 있지만 이를 모두 합치면 한국기원이 인간과 AI의 경계를 탐구하기보다 인간이 이길 수 있는 결과를 만들려 했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며 “AI의 손발을 묶어놓고 인간 존엄의 승리로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신진서의 경기력 자체를 깎아내리지는 않았다. 시나스포츠는 “신진서는 승리했고 선수 본인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며 안정적인 판단과 실행력이 인간 바둑의 최고 수준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에게 유리한 조건에서 치른 대국을 ‘인간이 AI를 이겼다’는 이야기로 확대하면서 경기 자체의 의미보다 홍보 효과가 앞선 행사가 됐다고 주장했다. AI를 약화해 인간의 존엄을 증명하기보다 AI가 인간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기사들의 판단과 창의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바둑 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번기를 치른다. 신진서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경기에서 대국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바둑 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번기를 치른다. 신진서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경기에서 대국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카타고의 연산 조건을 두고 시나스포츠의 주장과 신진서의 설명은 엇갈린다. 시나스포츠는 신진서가 장고하는 동안 카타고가 추가로 연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진서는 대국 전 기자회견에서 “카타고 역시 생각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내가 오래 생각할수록 상대도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대국에는 RTX 3090 그래픽카드 4장을 병렬로 구성한 전용 시스템이 사용됐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그래픽 메모리는 총 96GB였다. 신진서는 대국 전 “이번 카타고도 RTX 5090 두 장을 이용한 카타고와 성능이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진서는 RTX 5090 한 장과 두 장을 사용한 카타고를 상대로 연습했을 때도 체감할 만한 기력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국을 마친 뒤에는 카타고가 20초의 연산 시간에도 대부분 완벽에 가까운 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신진서는 1국에서 불계패했으나 2국에서 290수 만에 4집 반승, 최종 3국에서 221수 만에 11집 반승을 거두며 특별대국을 2승1패로 마쳤다.

이번 대국 일정은 17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세 차례 진행됐다. 1·2국은 한국경제TV, 3국은 바둑TV에서 생중계됐으며 현재 각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신진서도 이번 승리를 2016년 이세돌 9단이 동등한 조건에서 알파고를 꺾은 대국과 같은 선상에 놓지는 않았다. 그는 대국을 마친 뒤 “이세돌 사범이 알파고에 거둔 1승과 비교하면 아주 부족하다”면서도 인간이 AI를 상대로 버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데 작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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