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중심에는 카네기멜론대(CMU)가 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던 대학의 담장을 허물고, 대학을 도시산업의 거대한 엔진으로 전환한 CMU의 사례는 인구 감소와 산업 침체로 고심하는 한국의 지역 대학과 도시에 절박한 해법을 제시한다.
대학은 논문 생산지에서 산업 실증 거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피츠버그 부활의 핵심은 CMU가 주도한 ‘물리적 실증 거점(Test-bed)’ 구축에 있다. 과거 철강 공장 부지에 들어선 로봇 혁신 센터(RIC)는 약 1만3935㎡ 규모로, 드론 비행 케이지와 실외 테스트 필드를 갖춘 로봇의 놀이터다. 한국의 대학 산학협력 시설은 강의실과 연구실 위주의 정적인 공간이지만, CMU의 시설은 기업 엔지니어와 대학 연구원이 한 공간에서 제품개발과 테스트를 하는 공동 작업 공간이다.
이곳에서 게코 로보틱스, 아스트로보틱과 같은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했다. 대학의 기술이 실험실 논문을 넘어, 시장 제품으로 직결되는 ‘상용화 파이프라인’을 대학 스스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CMU는 최근 NSF(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지역 혁신 엔진’ 프로젝트를 통해 3억2000만달러의 컨소시엄을 주도하며, 에너지 기술과 첨단 제조를 지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재편하고 있다.
도시 공간이 바뀌면 산업이 바뀐다. 피츠버그의 도시 계획은 ‘산업의 유산’과 ‘미래 기술’의 물리적 결합을 지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Mill 19’다. 과거 철강 공장의 뼈대만 남기고 그 안에 최첨단 제조 연구소를 세웠다. 한국의 대학은 그동안 ‘담장 안’의 연구와 ‘담장 밖’의 기업을 분리해 왔다. 하지만 CMU는 철강 부지라는 유휴 공간을 로봇 기술의 실증지로 탈바꿈시켰고, 지자체와 협력해 인프라를 마련했다.
CMU의 혁신 모델을 한국에 이식하려면 대학의 전략적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테스트 베드’의 확보가 우선이다. 한국 대학은 기업이 돈을 내고 기술을 테스트하는 대규모 물리적 공간을 캠퍼스에 확보해야 한다. 최소 1000평 이상의 대형 테스트 공간을 갖출 때 기업이 대학을 ‘인재 공급처’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한다.
또한 ‘초광역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CMU는 웨스트버지니아대 등 60개 이상의 지역 파트너와 함께 컨소시엄을 운영한다. 한국의 대학들도 지역 산업의 주력 분야를 중심으로 인근 대학 및 지자체와 연대해, 정부 과제에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 자금 조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인재의 ‘고착화’ 전략 역시 필요하다. 우리도 졸업생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창업 인프라와 정주 여건을 지자체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대학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도시의 성공은 대학이 도시문제를 물리적 공간에서 함께 해결할 때 가능하다. 지역의 주력 산업을 대학으로 끌어들여, 연구와 실증 공간을 제공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은 지식의 저장고가 아니라, 도시를 움직이는 산업 엔진이어야 한다. 대학이 먼저 변해야 도시가 변하고, 도시가 변해야 비로소 지역의 미래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