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서도 규제 완화 요구 잇따라
"조세 형평성·투기 우려 함께 따져야"

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공급을 가로막는 핵심 규제가 그대로라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비아파트를 아파트와 동일하게 주택 수에 포함하는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대출 제한과 층수 규제 등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공급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 확대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의 월세화와 다주택자 규제가 맞물리면서 전세 공급은 줄고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과 수도권의 누적 전세가격지수는 전년 말보다 각각 5.72%, 4.22%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인 1.10%, 0.51%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도 이날 현재 1년 전보다 18.3% 감소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5월 비아파트 시장 위축을 고려해 향후 2년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서울·경기 규제지역 비아파트를 매입해 6만6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공급 확대 방침에도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택 수 산정 기준이다. 현행 제도는 2024년부터 2027년 말까지 준공·취득한 전용면적 60㎡ 이하, 수도권 6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의 신축 비아파트에 한해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 대상이 신축으로 제한되고 일몰 기한도 2027년 말까지 1년여밖에 남지 않아 공급 유인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정부가 진행한 '부동산 토론회'에서도 관련 문제가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공급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는다. 9·7 대책 이후 임대사업자의 LTV가 사실상 0% 수준으로 제한된 데 이어 신축 비아파트 공급업체에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주택을 매입하고 잔금을 치르는 과정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사업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공급 확대 정책도 실효성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0년 넘게 유지된 다세대·연립주택의 층수 제한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제도상 다세대주택은 주택으로 사용하는 바닥면적 합계가 660㎡ 이하이고 층수는 4층 이하로 제한된다. 이 기준은 평균적인 아파트 층수가 10층 안팎이던 1990년 마련됐다. 하지만 현재 일반 아파트는 20층 이상이 보편화됐고 초고층 단지는 60층을 넘어서면서 다세대·연립주택에 적용되는 층수 제한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부동산업계에서는 비아파트를 주택 수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특례를 확대하고, 대출과 건축 규제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거래와 임대 공급이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 같은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칫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규제 완화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부담이다.
전문가들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주택 수 규제 완화 여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규제를 유지한다고 해서 서울 아파트값이 안정되는 것은 아닌 만큼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비아파트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를 위한 규제'에서 벗어나 임대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본지 자문위원)은 "주택 수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구는 등록 임대사업자가 되지 않고 다주택을 보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6월부터 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을 대상으로 6년 단기 등록임대주택 제도가 부활하면서 등록 임대사업자에게는 이미 취득세·재산세 감면과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의 혜택이 있다.
그는 "공급 확대를 위해 한시적으로 검토해볼 수는 있지만 조세 형평성과 다주택 규제 원칙을 고려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