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품에 안긴 아기와 결승”…메시·야말, 운명의 왕좌 대결 [북중미 월드컵]

입력 2026-07-16 13:48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야말의 아버지가 공개한 과거 메시와 야말의 사진. (출처=SNS 캡처)
▲야말의 아버지가 공개한 과거 메시와 야말의 사진. (출처=SNS 캡처)
19년 전 리오넬 메시의 품에 안겨 플라스틱 욕조에서 물장구를 치던 아기가 이제 월드컵 우승컵을 놓고 메시와 맞선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황제’ 메시와 스페인의 ‘차세대 에이스’ 라민 야말이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만난다. 한 장의 자선 달력 사진으로 시작된 두 선수의 인연이 축구 역사상 가장 큰 무대에서 다시 이어지게 됐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은 20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월드컵 우승을 다툰다. 아르헨티나는 4강에서 잉글랜드에 2-1 역전승을 거뒀고, 스페인은 프랑스를 2-0으로 꺾었다. 결승전의 중심에는 각각 39세와 19세인 메시와 야말이 있다.

두 선수의 대결은 단순한 신구 스타의 맞대결을 넘어선다. 메시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기 전 우연히 만난 아기가 메시의 뒤를 잇는 바르셀로나의 10번이 됐고, 이제 서로 다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정상에서 마주한다. 외신도 이번 경기를 축구의 현재와 미래가 충돌하는 무대로 평가하고 있다.

◇2007년 욕조 속 아기와 스무 살 메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 스페인의 라민 야말. (로이터/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 스페인의 라민 야말. (로이터/연합뉴스, AFP/연합뉴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07년 9월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프 누 원정팀 라커룸에서 이뤄졌다. 스페인 스포츠신문 ‘스포르트’가 유니세프와 함께 제작한 2008년 자선 달력 촬영이었다. 달력에는 매달 바르셀로나 선수 한 명이 유니세프가 선정한 아동과 함께 등장했다.

야말의 부모는 아들을 자선 달력 촬영 대상자로 뽑는 추첨에 신청했다. 야말이 선정됐고, 함께 촬영할 선수로 당시 20세였던 메시가 배정됐다. 사진작가 조안 몬포르트는 어린 딸을 목욕시키다 떠올린 아이디어를 촬영에 적용했다. 작은 플라스틱 욕조와 고무 오리가 마련됐고, 메시가 생후 5~6개월가량 된 야말을 씻겨주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다.

사진 속 메시는 긴 머리를 한 채 조심스럽게 아기를 붙잡고 있다. 야말의 어머니도 욕조 옆에서 아들을 바라본다. 몬포르트는 메시가 당시에도 매우 수줍은 청년이었고 아기를 안는 데 익숙하지 않았지만 촬영에 성실하게 임했다고 회상했다. 긴장했던 메시는 고무 오리가 등장하자 야말과 함께 웃었고, 그렇게 한 시대를 상징하게 될 사진이 완성됐다.

사진은 오랜 기간 자선 달력의 한 장면으로만 남아 있었다. 야말의 아버지가 202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기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공개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당시 16세였던 야말이 스페인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던 시점이었다. 메시가 목욕시킨 아기가 유럽 무대를 뒤흔드는 선수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진은 세계적으로 확산했다.

당시에는 누구도 사진의 미래를 예상할 수 없었다. 메시는 월드컵 우승도, 발롱도르 수상도 경험하지 못한 유망주였다. 야말은 공을 차기는커녕 제대로 걷기도 전이었다. 그러나 19년이 흐른 뒤 메시는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의 주장으로, 야말은 유럽 챔피언의 에이스로 같은 경기장에 서게 됐다.

◇라 마시아·왼발·등번호 10…겹쳐진 두 궤적

▲스페인의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이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공을 다루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인의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이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공을 다루고 있다. (AFP/연합뉴스)
야말의 성장 과정에는 메시와 겹치는 장면이 적지 않다. 두 선수 모두 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스템인 라 마시아에서 성장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출발해 왼발로 수비진을 흔들고, 드리블과 패스로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는 점도 닮았다. 어린 나이에 1군 무대에 등장해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운 과정도 비슷하다.

상징성이 가장 큰 공통점은 등번호 10번이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10번을 달고 구단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수많은 우승 트로피와 개인상을 거머쥐며 10번을 자신의 이름과 같은 번호로 만들었다. 야말은 2025-2026시즌 바르셀로나의 10번을 물려받았다. 메시가 떠난 뒤 생긴 정서적 공백을 메울 선수로 지목된 유망주가 실제로 메시의 번호까지 등에 새긴 것이다.

야말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유로 2024에서 대회 최연소 출전과 득점 기록을 세우며 스페인의 우승을 이끌었고, 대회 최우수 영플레이어에 선정됐다. 당시 7경기에서 1골과 대회 최다인 4도움을 기록했다.

2026 월드컵에서는 결승 진출까지 1골을 기록했지만 공격포인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는 수비의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2-0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스페인은 야말의 돌파를 활용하면서도 조직적인 수비와 경기 운영으로 프랑스의 공격진을 무력화했다.

메시도 야말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여러 신예 가운데 한 명을 꼽아야 한다면 나이와 현재까지 보여준 성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야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야말 역시 메시를 최고의 선수로 평가하며 월드컵 결승에서 유니폼을 교환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두 선수는 자선 촬영 이후 한 번도 공식 경기에서 맞붙지 않았지만, 첫 대결 장소가 월드컵 결승전이 됐다.

그러나 야말은 단순한 ‘제2의 메시’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플레이 스타일과 성장 배경은 닮았지만 스페인 대표팀 안에서 맡은 역할과 축구적 개성은 분명하다. 메시가 오랜 시간 팀 공격을 자신의 발끝에서 완성해온 절대적 해결사라면, 야말은 개인 돌파와 연계, 공간 창출을 통해 스페인의 조직적인 축구를 움직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닮은 출발점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상에 접근한 셈이다.

◇39세 왕과 19세 후계자, 우승컵 앞에서 만나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결승으로 향한 과정에서 메시와 야말의 존재감은 선명했다.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와의 4강전에서 후반 10분 선제골을 내주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메시는 후반 40분 엔소 페르난데스의 동점골을 도운 데 이어 추가시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결승골까지 만들어냈다. 대회 8골 4도움을 기록한 메시는 킬리안 음바페와 8골로 동률을 이루고도 도움 수에서 앞서 득점왕 경쟁 선두에 섰다.

스페인은 다른 방식으로 결승에 올랐다. 프랑스의 강력한 공격진을 무득점으로 묶고 2-0으로 승리했다. 스페인은 7경기에서 단 1골만 내주며 대회 최강의 수비력을 과시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19골로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메시가 이끄는 최다 득점 팀과 야말이 활약하는 최소 실점 팀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성공하면 1958년과 1962년 연속 우승한 브라질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2연패를 달성한다. 통산 네 번째 정상도 노린다. 스페인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6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목표로 한다. 2024년 3월 이후 이어온 37경기 무패 행진도 결승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메시에게 이번 경기는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39세에도 득점과 도움 모두 대회 정상급 기록을 남기며 자신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야말에게는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곧바로 정상에 오를 기회다. 메시가 오랜 시간 지켜온 축구계의 중심으로 야말이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설 두 선수 사이에는 정확히 20년의 나이 차가 있다. 한 명은 이미 모든 것을 이룬 채 마지막 장면을 준비하고, 다른 한 명은 이제 자신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2007년 욕조 앞에서 메시가 야말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던 사진은 이제 단순한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서사가 됐다.

결승전이 끝나면 한 선수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다른 선수는 그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메시가 왕좌를 지키며 자신의 월드컵 이야기를 완성할지, 야말이 우상 앞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선언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19년 전 카메라 앞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20일 세계 축구의 가장 높은 곳에서 다시 만난다는 사실이다. 자선 달력의 한 장면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월드컵 결승이라는 마지막 페이지를 기다리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윤호중 행안장관, 경찰 비리 ‘발본색원’ 나선다⋯"순환인사 전면 도입"
  • 신현송 한은 총재 "기준금리 인상이 주가에 악재? 전혀 동의 안해"
  • '통일교 1억 수수' 권성동, 대법 '징역 2년' 확정판결로 의원직 상실
  •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검토…소프트뱅크 풋옵션 행사
  • 코스피 이어 코스닥도 '털썩'…급락 장세에 매도 사이드카 발동
  •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장중 500P 이상 출렁인 날 6배 늘었다[초변동성에 갇힌 증시]
  • 단독 법원, K5방독면 국방규격 속 특허 인정…"타 업체 침해 안돼" [K5 방독면 규격 분쟁 ①]
  • 제헌절 공휴일, 휴무일로 달라지는 것은?
  • 오늘의 상승종목

  • 07.16 15:10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5,228,000
    • -0.32%
    • 이더리움
    • 2,827,000
    • +1.76%
    • 비트코인 캐시
    • 329,000
    • -5.13%
    • 리플
    • 1,637
    • +0.18%
    • 솔라나
    • 113,600
    • -1.47%
    • 에이다
    • 242
    • +0%
    • 트론
    • 476
    • -1.04%
    • 스텔라루멘
    • 278
    • +2.58%
    • 비트코인에스브이
    • 19,390
    • -5.18%
    • 체인링크
    • 12,520
    • +1.46%
    • 샌드박스
    • 71.3
    • -0.8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