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진, 디에이치 방배, 청약 그리고 박탈감 [이슈크래커]

입력 2026-07-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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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안유진이 될 수 없는 이유


▲2003년생 안유진, ‘40억 아파트’ 추첨제 당첨설 (출처=뉴시스, 현대건설)
▲2003년생 안유진, ‘40억 아파트’ 추첨제 당첨설 (출처=뉴시스, 현대건설)


네, 당연합니다. 정상급 아이돌그룹의 인기 멤버가 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하지만 최근 들려온 소문을 향한 온도는 사뭇 다른데요. 균등했지만 균등하지 않은 기회, 그 기회를 잡은 능력을 향한 박탈감 이야기죠.

그룹 아이브 안유진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 일반공급 추첨제 물량에 당첨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003년생 청년이 현재 호가 40억원에 이르는 강남권 신축 아파트의 소유자가 됐다는 소식은 곧 ‘18억원 로또’라는 제목으로 번졌는데요.

안유진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개인적인 사안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죠. 당첨 여부를 공식 확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으면서 소문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 청약제도가 실제로는 현금부자에게 로또 기회를 나눠준다는 비판이 안유진을 통해 증명(?)됐다는 비판이 쇄도 중입니다.


(뉴시스)
(뉴시스)


만22세 청년은 어떻게 가점을 넘었나

안유진은 2003년생 만 22세인데요. 청약가점을 도무지 채울 수 없는 나이죠.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기간 32점, 부양가족 수 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7점을 더해 총 84점 만점으로 당첨자를 가립니다.

젊은 미혼자는 구조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데요. 디에이치 방배 모집공고를 보면 만 30세 미만 미혼자의 무주택기간 점수는 0점이죠. 무주택기간은 원칙적으로 만 30세가 된 날부터 계산하고, 그전에 결혼했다면 혼인신고일부터 계산합니다. 부양가족이 없다면 해당 항목에서도 받을 수 있는 점수는 5점에 그치죠.

실제로 디에이치 방배 가점제 당첨자의 최저 가점은 69점이었는데요. 전용 59㎡ 최고 당첨 가점은 79점까지 올라갔죠. 69점은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도 상당수 있어야 가능한 점수입니다. 2003년생 미혼 청년이 경쟁하기엔 매우 어려운 영역인데요.

이런 이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추첨제죠. 2024년 모집공고 당시 투기과열지구 민영주택은 전용 60㎡ 이하 물량의 60%, 전용 60㎡ 초과∼85㎡ 이하의 30%, 전용 85㎡ 초과의 20%를 추첨제로 공급했습니다. 디에이치 방배 기준으로 일반공급은 650가구, 이중 추첨 물량은 215가구였죠. 전용 59㎡ 일반공급 108가구 가운데 63가구, 전용 84㎡ 일반공급 477가구에서는 141가구, 전용 85㎡ 초과 물량에서는 11가구가 추첨 기회로 돌아갔습니다.

현재와 같은 규제지역의 면적별 추첨제는 2023년 4월 1일부터 시행됐는데요. 무주택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적은 청년에게 불리한 가점제를 보완하려는 취지였죠.

안유진의 당첨 보도는 어찌 보면 이 제도가 의도한 장면이기도 한데요.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청년에게도 강남권 아파트에 당첨될 기회가 돌아갔기 때문이죠.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당첨의 문은 열렸지만, 당첨된 집을 살 자금 마련은 다른 이야기였거든요.


▲그룹 아이브 안유진 (뉴시스)
▲그룹 아이브 안유진 (뉴시스)


청약 버튼은 누구나 누르지만, 계약서는 딴 세상 이야기

디에이치 방배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였습니다. 문제는 ‘상한’이 적용된 가격도 일반 청년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점인데요.

모집 공고상 대금 납부 조건은 계약금 20%, 중도금 60%, 잔금 20%였습니다. 중도금은 여섯 차례에 걸쳐 각각 10%씩 납부해야 했죠. 알선 예정 중도금 대출은 총분양대금의 50% 범위였는데요. 대출이 계획대로 모두 나온다고 해도 계약금 20%와 중도금 10%, 즉 분양대금의 30%는 잔금 전에 별도로 마련한 상태여야 했습니다. 대출 가능 여부와 최종 한도도 보장되지 않았죠.

최고 분양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59㎡ 기준 잔금 전까지 약 5억1800만원의 자기자금이 필요했는데요. 84㎡는 약 6억7300만원, 101㎡는 약 7억5100만원, 114㎡는 약 8억2900만원입니다. 입주 시점에는 부담이 더 커집니다. 중도금 대출을 상환하거나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면서 잔금 20%도 납부해야 하는데요. 소득에 따른 DSR 한도와 담보인정비율, 기존 부채에 따라 대출 전환액이 줄어들면 자기자금은 30%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데요. 무주택기간이 짧아도, 부양가족이 없어도, 가점이 낮아도 되지만 수억원의 현금을 동원할 능력이 돼야 했죠.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대출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대출을 받으면 되지 않냐고요? 그 대출 또한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고가주택 대출은 집값보다 차주의 소득과 기존 부채, 지역별 규제에 좌우되는데요. 차주 단위 DSR 규제는 2022년부터 본격 확대됐습니다. 현재 은행권 DSR 40%를 적용하면 한 해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기 어렵죠. 다른 빚이 없고 연 4% 금리로 30년간 나눠 갚는다고 가정해도 연소득 4000만원인 사람은 약 2억8000만원, 6000만원이면 약 4억2000만원을 빌릴 수 있는 수준인데요. 실제 한도는 스트레스 금리와 신용대출 등에 따라 더 줄어들 수 있죠.

수도권 규제는 이후 더 강해졌습니다. 2024년 9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강화된 스트레스 DSR이 적용됐고 2025년에는 주택가격에 따라 주담대 한도도 차등화됐는데요.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시가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원까지만 빌릴 수 있죠. 규제지역 무주택자의 LTV도 40%입니다. 한마디로 일반적인 근로소득만으로 20억∼30억원 대 분양대금의 부족분을 모두 대출로 마련하기 어렵다는 건데요. 당첨은 운으로 가능해도, 계약과 입주는 결국 현금과 소득이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가점 낮은 청년 위해 문 열었지만…계약금만 3억~5억원 (뉴시스)
▲가점 낮은 청년 위해 문 열었지만…계약금만 3억~5억원 (뉴시스)


같은 청년이지만 출발선은 달라…우리가 안유진이 될 수 없는 이유

그렇기에 안유진의 당첨과 입주는 일반 청년들에게 딴 세상 이야기인데요. 청년으로 한데 묶였지만, 소득과 자산은 너무 극명하죠.

활발한 연예활동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안유진과 달리 일반 청년이 5억∼8억원의 현금을 근로소득만으로 마련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요. 통계청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전체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7144만원이었습니다. 그마저 주택 등 실물자산이 포함된 가구 단위 평균인데요. 39세 이하 가구는 전체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자산이 전년보다 감소했습니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택자산 형성에서 부모세대의 이전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는데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부모 지원의 규모는 자녀의 소득보다 부모의 경제력에 크게 좌우됐습니다. 결국, 고가주택 청약에서는 청년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가족의 자산이 당첨 이후 계약을 완성할 수 있는 능력으로 연결될 수 있죠.

이것이 추첨제의 모순이기도 한데요. 당첨자를 뽑을 때는 가점을 보지 않지만, 당첨자가 계약을 이행할 때는 자산을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운은 평등하게 배분될 수 있지만, 그 운을 현실로 바꿀 능력은 다른 문제인데요. 바로 이 점이 안유진에게 분노가 향한 이유죠. 추상적으로만 보이던 청약제도의 불균형이 익숙한 스타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무주택이라는 조건만 같으면 자산과 소득이 다른 사람에게 수십억원 대 청약 기회를 똑같이 나누는 것이 맞을까요? 청년에게 당첨 확률만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주택과 금융수단도 함께 제공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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