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제시설 타격으로 석유제품 수급 차질 겹쳐
유가 급락에 재고평가손·최고가격제 영향 불가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차질까지 겹치며 원유·석유제품 공급망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역내 제품 수급 차질은 정제마진 강세 장기화 가능성을 키우지만, 원유 조달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우려가 맞물리면서 정유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13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중동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정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재봉쇄를 발표했고, 미국은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에 나서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로,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대부분이 이곳을 지난다.
여기에 러시아발 공급 차질이 겹쳤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시설과 유조선을 집중 공격하면서 러시아 전체 정제능력의 약 25%가 마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지난달 항공유 수출을 11월 말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초 경유 수출까지 금지했다.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수출국인 만큼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제마진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분기 평균 배럴당 24.74달러에서 지난달 16.41달러로 낮아졌다가 7월 둘째 주 20.9달러로 반등했다. 정유사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더구나 북반구가 겨울철 난방 수요에 대비해 재고를 쌓아야 하는 시기인 만큼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유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에 따른 원유 조달 불확실성을 다시 떠안을 수 있어서다. 전쟁을 거치며 국내 정유사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지난해 69.1%에서 4~5월 50%대까지 낮아졌고, 원유 선적부터 국내 도착까지 통상 3~4주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까지는 원유 공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긴장 상황이 길어지면 추가 계약이 필요한 9월 이후부터 원유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프리미엄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점도 부담이다. 중동 전쟁 이후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달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60~7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전쟁 기간 높은 가격에 확보한 원유의 평가가치가 떨어지면서 재고평가손실이 불가피한 데다 국내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조 단위 손실도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시기에 들여온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은 불가피하다”며 “무엇보다 매일 상황이 달라져 구매 부문에서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