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사람답게 삽니다"…62년 만에 주민등록증 쥔 남자, 수원시가 만든 기적

입력 2026-07-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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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 없이 평생 '서류상 없는 존재'…베테랑 팀장 10개월 동행이 바꾼 인생

▲60여 년 만에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강모 씨가 6월 동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김경숙 수원시 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과 함께 주민등록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수원특례시)
▲60여 년 만에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강모 씨가 6월 동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김경숙 수원시 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과 함께 주민등록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수원특례시)
1964년에 태어난 남자가 2026년에야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62년 동안 '서류상 없는 존재'로 살아온 강모씨가 수원시 베테랑 팀장의 손을 잡고 생애 첫 주민등록증을 받아들었다. 플라스틱 카드 한 장에 담긴 것은 신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잃어버린 인생 전부였다.

13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가정법원은 6월 18일 강 씨의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허가 결정'을 인용했고, 강 씨는 6월 24일 창설신고와 함께 주민등록신규등록을 마쳤다.

강 씨의 삶은 태어난 순간부터 지워져 있었다. 1964년 태어났지만 부모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그를 친척 집으로 보냈다.

어린 시절 친척 집을 전전하다 보육시설에 맡겨졌고, 퇴소 후에는 일정한 거처 없이 홀로 떠돌았다. 주민등록이 없으니 의료보험이 없었고, 복지도 금융도 취업도 그의 것이 아니었다. 평생의 소망은 거창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처럼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이었다.

호적을 만들려고 여러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답은 "등록이 어렵다"뿐이었다. 그렇게 포기한 채 수십 년이 흘렀다.

2025년 8월, 강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원시청 새빛민원실을 찾았다. 번번이 실패했던 터라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사연을 들은 김경숙 새빛민원실 베테랑 팀장은 강씨의 생활 실태와 사실관계를 상세히 확인했다. 강씨 말대로 주민등록도, 가족관계등록부도 존재하지 않았다. 김 팀장은 포기 대신 방법을 찾았다.

동행은 10개월간 이어졌다. 김 팀장은 가족관계등록 창설 절차를 안내하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갔다.

2025년 9월 수원가정법원에 '성과 본의 창설 허가' 심판 청구를 시작으로 법률전문가 상담 연계, 법원 제출자료 준비, 심문기일 동행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수원가정법원, 구청, 행정복지센터. 강 씨가 가는 곳마다 김 팀장이 옆에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렸다. 법적 신분을 회복한 강 씨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복지서비스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은행계좌도 만들 수 있다.

강 씨는 "호적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여러 관공서를 찾아다녔지만 끝내 만들지 못해 좌절했는데, 베테랑 팀장님의 도움으로 마침내 주민등록증을 받았다"며 "이제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어 "이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재준 수원시장님께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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