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중동 패권국 자처…새 질서 구축 야심
봉쇄로 세계 경제 압박…극한 대치 전략 강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이 같은 전략의 배경에는 이번 전쟁 결과에 대한 이란 지도부의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시작된 전쟁에서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장악해 걸프 지역 경제까지 영향권에 두면 미국의 제재 완화를 비롯한 외교·경제적 실익도 결국 따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란 지도부는 최근 호르무즈를 ‘이란식 질서’ 아래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은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호르무즈에서 이란의 새로운 질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도 “호르무즈는 미국의 위협이 아니라 이란의 조치를 통해서만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구상은 단순히 해협을 봉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호르무즈에 대한 통제권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은 중동에 새로운 ‘팍스 이라니카(Pax Iranica·이란 주도의 평화질서)’를 구축하려는 이란의 야망을 반영한다고 WSJ는 짚었다. 걸프 국가들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은 물론 소비재와 식량 등 필수 물자의 수입까지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이란 전문가인 카림 사자드푸르는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이웃 국가를 공격하고 호르무즈해협을 위협하며 유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이란 정권은 더욱 깡패 같은 정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이란은 자국 안보가 국민의 번영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이웃 국가들의 불안정에 달렸다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중국 국가들도 현실적인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전 이란 최고지도자인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오만의 고위 관리들이 참석했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자국을 겨냥했음에도 대화창구를 유지하겠다는 의향을 보인 것이다. 장례식에 불참한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란과 직접적인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걸프 국가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한 가운데 이란과 공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즈 짐트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 이란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는 “그들은 ‘지리적 제약’이라는 현실에 직면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홀리 대그레스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모두 이번 전쟁에서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란은 이 전쟁이 미국 내에서 인기가 없고 호르무즈 봉쇄가 세계 경제를 마비시켰다는 점을 파악한 상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움직이는 듯한다”며서 “이에 따라 극한 대치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