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절반 이상 “소송 우려 커져”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을 담은 상법 개정 시행 1년 만에 상장기업 10곳 중 8곳이 이사회 운영방식에 변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법무 검토와 외부 자문을 강화하는 한편, 절반 이상은 소송 부담이 커졌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장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 개정 1년, 경영환경 변화와 제도 안착을 위한 지원과제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84.3%가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 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고 12일 밝혔다.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15.7%였다.
구체적으로는 '법무·준법팀의 사전 검토 등 사내 점검 절차를 신설·강화했다'는 응답이 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부 전문가의 법률·회계 자문 확대'(45.7%), '이사별 찬반 의견 등을 포함한 이사회 의사록 상세 작성'(43.7%), '이사회 안건 사전 배포 및 검토 절차 강화'(39.7%) 등이 뒤를 이었다.
상법 개정이 경영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39.6%가 의사결정 책임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22.4%는 컴플라이언스 비용 증가와 의사결정 지연 등 부담이 커졌다고 답했다.

소송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응답 기업의 53.7%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이후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분쟁 가능성이 커졌다고 응답했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40.3%, 우려가 줄었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
실제 경영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의 21.7%는 투자나 사업재편 등 주요 의사결정이 법적 검토 강화로 지연·보류 또는 취소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연된 안건은 신사업과 인수합병(M&A) 등 신규 투자(30.8%)가 가장 많았으며 재무·자본조달(18.5%), 임원 선임·보수(16.9%), 자산 취득·처분(15.4%) 등이 뒤를 이었다.
향후 시행될 제도에 대한 준비는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1월 의무화되는 전자주주총회의 경우 대상 기업 가운데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곳은 16%에 불과했다. 내부 검토 단계라는 응답이 34%로 가장 많았고, 정관만 개정한 기업은 26%, 시스템을 구축 중인 기업은 24%였다.
내년 7월까지 독립이사 비율을 확대해야 하는 기업의 52.8%는 후보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대상 기업의 경우 64.9%가 아직 대응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제도 안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과제로 '이사 충실의무 가이드라인 보완'(37.3%)을 꼽았다. 이어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20.3%), '법률·컴플라이언스 교육 지원'(12.7%)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