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슈 쟁점되자 공장 오염 늘었다…KAIST, 상관관계 입증

입력 2026-07-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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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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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이민이나 난민 등 특정 현안이 부각되면 정부의 행정력과 예산이 해당 분야로 쏠리면서 환경감시가 약화되고 기업의 오염물질 배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나래 기술경영학부 교수와 헬리 왕 싱가포르경영대학교(SMU) 교수 공동 연구팀이 미국의 이민 관련 입법과 제조시설 환경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현상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제도적 혼잡(Institutional Crowding)’이라고 정의했다. 정부의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주목받는 의제가 등장하면 행정력과 예산이 해당 분야에 집중되고, 환경감독처럼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정책 영역의 집행력이 약화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독성물질배출목록(TRI)과 미국 각 주의 이민 관련 입법 데이터를 결합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제조시설 1만4390곳에서 수집한 8만2377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민 관련 법안이 한 건 증가할 때마다 제조시설 한 곳의 독성물질 배출량은 평균 약 1% 늘었다. 시설당 약 25㎏의 독성물질이 추가 배출된 셈이다.

배출량 증가는 환경 규제 기준이 완화됐기 때문이 아니었다. 연구팀은 정치적 관심이 이민 문제에 집중되면서 정부의 환경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졌고, 기업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오염 저감과 독성폐기물 처리 노력을 줄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의 독성폐기물 처리 노력 감소가 전체 배출 증가 효과의 약 70%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부채가 많거나 재정 지출 부담이 큰 주일수록 정치적 현안에 자원이 우선 투입되면서 환경감독이 더 크게 약화됐다. 정부 예산이 부족할수록 정치적으로 시급한 현안에 자원이 먼저 투입되고 환경감시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해당 결과가 미국의 이민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저출생과 고령화, 외국인 노동자, 기후변화 등 여러 현안이 동시에 부상하는 한국에서도 특정 의제에 자원이 집중될 경우 다른 규제 영역의 집행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래 교수는 “정치적 의제 변화가 환경감독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오염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라며 “정부의 한정된 자원이 특정 이슈에 집중되더라도 환경감독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정치적 의제 경쟁이 기업의 환경오염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규명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경영학 학술지 ‘저널 오브 매니지먼트’에 5월 29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포스코 기업시민연구상, 미국경영학회 로버트 릿처트상, 전략경영학회 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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