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통계는 단순히 '안 팔린' 집이 아니다. 지역 경제와 인구 흐름, 주택 수요,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과 연결되는 지표다. 분양시장 침체와 공급 과잉이 낳은 결과이면서 동시에 건설사 자금난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건설사의 자금 경색은 다시 공사 현장의 악재로 작용한다. 미분양 무덤으로 알려진 '공급 과잉' 대구와 인구 감소 및 중소 건설사의 미분양이 누적된 창원을 찾아 빈 집의 의미와 영향을 짚는다.

지난달 29일 찾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신도시. 1159가구 규모의 ‘창원현동휴튼’ 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새 아파트 특유의 활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지 안 상가에는 문을 연 점포가 편의점 한 곳뿐이다.
이 단지는 남양건설과 대저건설, 서진산업, 오경종합건설이 공동 시공했다. 하지만 주관 시공사인 남양건설이 미분양 여파로 자금난에 빠져 두 번째 회생절차를 밟으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최초 분양 당시 88%였던 분양률은 시행사 경남개발공사가 기존 계약 해지 후 재분양을 실시한 뒤 현재 분양률은 80%로 떨어졌다. 지금도 일반분양 물량 350가구 가운데 226가구(64.5%·지난달 말 기준)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남개발공사는 잔금 2년 유예와 선납 할인까지 내걸었지만 미분양 해소는 더디기만 하다.
창원 외곽으로 나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했다. 창원 진해구 제덕동 ‘남문동일스위트디오션’은 준공 1년이 지난 신축 아파트지만 총 613가구 중 계약이 이뤄진 물량은 절반 안팎으로 추정된다. 분양 관계자는 “시행·시공사인 동일의 자금력이 받쳐주니까 버티는 것”이라며 “중소 건설사였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차로 20분가량 더 이동하자 구도심에 자리한 한 동짜리 아파트 ‘마린힐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2021년 입주 이후 5년 넘게 미분양 통계에서 이름을 지우지 못한 곳이다. 전체 44가구 가운데 35가구(5월 기준)가 여전히 미분양 상태다. 등기부등본상 상당수 소유권이 이미 신탁사 명의로 이전돼 전세로 공급됐다.
전문가들은 지방 건설사들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창원은 외지인 투자 영향이 있는 곳인데 인구 유입보다 유출이 늘고, 부동산 수요가 떨어져 있다”며 “자기자본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은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여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곧바로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대구의 미분양은 공급 과잉의 후폭풍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대구는 전국에서 악성(준공 후) 미분양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2019~2021년 부동산 호황기에 대규모 공급이 집중된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미분양은 4298가구,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이 3388가구로 78%에 달한다. 미분양 1305가구(준공후 미분양 1033가구)가 가장 많은 달서구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보다 매도 문의가 더 많다”며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상가 공실이 생활권 형성이 늦춰지고 생활권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다시 집이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악성 미분양이 집중된 본리동에서 30분가량 이동하면 3년차 신축단지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가 나온다. 990가구 규모의 이 단지도 역시 미분양 아파트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CR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사들여 전세 임대로 돌렸다. CR리츠는 미분양 주택 등을 사들여 일정 기간 임대·운영한 뒤 이를 시장에 매각한다. 지역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만큼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미분양 물량을 넘기면 시공사는 그만큼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후분양까지 했지만 계약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결국 리츠 임대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미분양은 수요를 넘어선 공급이 누적될 때 악화한다. 특히 불황 속 미분양은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고, 시공사·시행사를 법정관리로 내몰 수 있다. 임 교수는 “지자체가 인허가 관리를 몰아서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시장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면서 물량 관리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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