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경 후 다시 피가 비친다면 ‘나이가 들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폐경 이후 나타나는 질출혈은 자궁내막암의 가장 대표적인 초기 경고 신호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 자궁내막암은 비교적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는 암이지만 폐경 전후 호르몬 변화나 생리불순으로 오인해 병원을 늦게 찾으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내막암은 국내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여성암이다. 발생률은 1999년 여성 10만 명당 3.1명에서 2022년 15.4명으로 약 5배 증가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고령 임신, 저출산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철 순천향대부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내막암은 주로 50~60대 폐경 전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비만과 대사질환,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등의 영향으로 40대 이하 젊은 여성 환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안쪽을 덮고 있는 자궁내막에 생기는 암이다. 다른 여성암과 달리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비정상 질출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 가능성이 큰 편이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폐경 후 질출혈이다. 폐경 후에는 정상적인 출혈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소량의 피가 묻어나오는 정도라도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폐경 전 여성이라면 △생리량이 갑자기 많아졌거나 △생리 기간이 길어졌거나 △생리와 생리 사이 출혈이 반복되거나 △성관계 후 출혈이 생기는 경우에도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혈성 분비물이나 악취가 나는 분비물, 골반통이 동반될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비정상 출혈이 모두 자궁내막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용종, 자궁내막증식증, 질염, 자궁경부질환, 호르몬제 또는 항응고제 복용 등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자궁내막암은 에스트로겐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폐경 이후에는 지방조직에서 안드로겐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비만할수록 자궁내막이 지속해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고위험군으로는 △비만 또는 대사증후군 △당뇨병 △고혈압 △다낭성난소증후군 △무배란성 월경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었던 여성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 환자 등이 있다. 유전성 암인 린치증후군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진단은 증상 확인 후 질식초음파로 자궁내막 두께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자궁내막암은 조직검사를 통해 최종 확진한다. 암으로 확인되면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등을 통해 암의 진행 정도와 전이 여부를 평가한다. 최근에는 암의 병기뿐 아니라 분자유전학적 특성까지 분석해 환자별 맞춤 치료를 결정하는 추세다.
자궁내막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적이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초기(1기)에 발견될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90% 이상으로 보고된다. 하지만 치료 후에도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기 추적관찰은 필요하다. 치료 이후 비정상 출혈이 다시 나타나거나 골반통, 복부팽만, 원인 없는 체중 감소, 지속적인 기침, 호흡곤란, 다리 부종 등이 생기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질환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도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자궁내막암은 이상 출혈이라는 비교적 뚜렷한 경고 신호를 보내는 암”이라며 “폐경 후 출혈은 단 한 번이라도 정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하며, 조기에 발견하면 좋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