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연구자의 행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D) 제도를 손질한다. 목표달성률 중심의 평가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연구행정에 AI를 도입하고 연구비 집행과 행정절차도 간소화한다. 연구자가 행정보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정부R&D 제도·시스템 개선 성과 보고회'를 열고 연구자 중심의 제도 개선 성과와 하반기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연구자 생활 20년 동안 겪었던 불편을 녹였다"며 "연구자로 돌아갔을 때 '되게 편해졌네'라는 말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목표달성률 중심의 평가등급이 폐지된다. 정부는 올해 시범적용을 통해 정량 목표 달성 여부에 치우친 평가 관행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홍순정 성과평가정책국장은 "현재 17개 시범사업에서 최종평가 등급제를 폐지해 운영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적용 대상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위원 실명제를 확대하고 연차보고서와 최종보고서 분량도 줄여 연구자의 행정부담을 덜 계획이다.
연구행정에도 AI를 도입한다. 올해는 과제 관리 등 반복 업무부터 AI를 적용하고 2027년부터는 보고서 자동 작성과 데이터 분석 지원 등으로 기능을 확대한다. 연구자가 규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챗봇 기반 규정 해석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홍 국장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IRIS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평가위원 추천과 규정 해석, 연구계획서 자동 분류를 시작으로 보고서 생성 등 고도화된 AI 서비스도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서류도 대폭 줄인다. 전문기관마다 달랐던 제출 서식을 표준화하고 불필요한 서식은 통폐합한다. 국세청 등 다른 기관에서 발급받던 서류는 범부처 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과 연계해 자동 제출하도록 개선한다. 연구비 집행 절차도 간소화한다. 직접비에 '연구혁신비'를 신설해 회의비와 출장비, 재료비 등을 최소한의 증빙만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박 본부장은 "과제마다 제출해야 하는 서식이 모두 달랐다"며 "전부 모아보니 2100개가 넘었고 이를 약 154개 표준 서식으로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홍 국장도 "공고부터 협약까지 표준 서식 중심으로 운영하고 추가 서식은 시스템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지원 시스템도 개편한다. 연구24를 통해 한 번만 로그인하면 IRIS를 비롯한 주요 정부 R&D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 본부장은 연구자 시절 여러 연구관리 시스템마다 다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관리해야 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왜 아이디 하나와 비밀번호 하나만 기억하면 안 되느냐는 생각에서 연구24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 행정시스템과 IRIS 간 연계는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는 대학 행정시스템에서 협약 정보를 수정해도 IRIS에 같은 내용을 다시 입력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박 본부장은 "통합 로그인은 구현했지만 대학 행정시스템과 IRIS 연계는 아직 숙제"라며 "대학에서 협약 정보를 수정하면 IRIS에도 자동 반영되는 체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