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공식 발표하면서 자본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자금 집행이 본격화되면 반도체 기업이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자금이 일부 기업으로 쏠리면 다른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구축효과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예정된 투자 집행을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유보금을 많이 쌓아 놓은 대기업이라도 수천조원에 달하는 설비투자(CAPEX)를 단독으로 전액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두 회사가 매년 연간 수백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강력한 실적을 내더라도, 천문학적인 투자(CAPEX) 규모를 맞추기 위해 회사채 발행 및 은행권 차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한정된 시중 자금을 이들 반도체 초우량 대기업들이 독식하며 빨아들이기 시작하면, 일반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초우량 대기업 계열이 자금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며 숨통을 쥐는 셈이다. 여기에 회사채 발행 시장을 거의 찾지 않던 삼성전자마저 수백조원 단위의 자금 집행을 예고하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초우량 신용 등급의 자금 수요와 투자 기조가 자본시장을 장악하면,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을 꺼리고 오직 이들 대기업 관련 자산으로만 쏠리게 된다"며 "결국,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극심한 구축효과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금 시장의 자원이 반도체 대기업의 CAPEX 대응으로 집중되면서 다른 산업군 기업의 회사채 미매각 사태나 금리 급등 등 직접적인 타격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기업의 직접적인 사채 발행 여부를 떠나, 반도체 생산 라인 가동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에 필수적인 전력망, 용수 공급 시설 등 후방 인프라 구축 역시 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다. 통상,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태로 조달되는 이 자금마저 반도체 대형 프로젝트가 싹쓸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 AI 데이터센터나 지역 인프라 구축에 수조원 단위의 PF 금융이 집중되면, 안 그래도 위축된 기존 건설·부동산 PF 시장이나 지방 중소 인프라 프로젝트는 자금 조달 통로가 완전히 막혀 고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주도의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금융 역시 이번 서남권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에 우선 편성될 여지가 커, 타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IB 부문 고위 관계자는 "서남 지역 인프라 다변화 과정에서 파생될 AI 데이터센터 PF, 인프라 펀드, 그리고 정책 금융 등에서 새로운 자문 및 주선 기회를 포착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