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조 마통의 역설⋯막을수록 더 쓰는 빚투 통장

입력 2026-06-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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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마통 잔액 43조원⋯두 달 연속 조 단위 증가
마통 한도 소진율 44.8%⋯빚투 수요 규제 사각 부각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잔액이 43조원을 돌파하며 3년 8개월 만에 최대치로 불어났다. 은행권이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와 신규 개설 제한 등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지만, 이미 뚫어놓은 한도를 활용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25일 기준 43조336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말 잔액 기준으로 2022년 10월 말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최근 두 달 연속 조 단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월 말 39조6675억원에서 5월 말 41조5324억원으로 1조8650억원 늘었으며, 이달 들어서도 25일까지 약 1조8000억원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전체 개인 신용대출의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25일 기준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7272억 원으로 2023년 6월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이달 개인 신용대출 증가폭은 2조2118억 원에 달해 2021년 4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주목할 점은 단순 대출 잔액 증가를 넘어, 기개설된 마이너스통장의 한도 소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기준 5대 은행에 개설된 마이너스통장의 총 한도액은 96조7469억원이며, 이 중 실제 사용액은 43조3363억원으로 파악됐다. 평균 소진율은 44.8%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마이너스통장 사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달 잔액 증가폭은 첫째 주 이후 다소 주춤하다가 넷째 주 들어 다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기존 한도를 활용해 단기 투자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은행권은 신용대출 및 마이너스통장 한도 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은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또한 국민·우리은행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했고, 농협은행은 연 소득의 50% 이내에서만 마이너스통장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미사용 한도에 대한 적극적인 감액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3000만원을 초과한 미사용 한도에 대해 최대 20%를 축소하기로 했으며, 하나은행 역시 미사용 한도 감액을 시행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 또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하향 조정하거나 신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다만 은행권의 규제 조치가 주로 신규 취급 제한과 미사용 한도 회수에 집중돼 있어 이미 소진 중인 잔액을 단기간에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개설된 계좌의 사용액까지 단기간에 줄이기는 어렵다”며 “증시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기존 한도를 단기 유동성 창구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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