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쏠림과 포모(FOMO)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그늘에 가려진 '비(非)반도체 실적주'의 재평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세에도 주가가 덜 오른 낙폭과대 유망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다가오는 실적 시즌에 대응할 것을 조언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급락세를 보였지만 최근 국내 증시는 이익 추정치 상향을 동력 삼아 사상 최초로 코스피 9000포인트를 돌파했다.
다만 지수 상승의 이면에서는 반도체 업종으로의 수급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코스피 시장 내 반도체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은 약 63.5%까지 확대됐으며,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주식을 들고 있지 않으면 장세에서 뒤처진다'는 포모(FOMO)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시장의 시각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도체만 성장한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비반도체 업종 전반의 이익 개선 흐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 순이익도 증가하고 있다”며 “시장 상승의 동력이 실적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행동은 일부 반도체 종목에 집중되는 포모(FOMO)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은 과거처럼 유동성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이 확인되는 기업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6월 중하순 프리 어닝시즌에 진입하면서 증시는 상승 추세를 회복할 것”이라며 “3분기는 실적 모멘텀의 확장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높은 금리 수준에서는 실적 모멘텀이 있는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 간 양극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적 시즌을 앞두고 종목 간 차별화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적시즌이 시작되면 어닝 서프라이즈 달성 여부에 따라 성과 격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최고·최저 추정치 간 괴리율이 축소되는 종목일수록 실제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 업종의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증시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비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높은 종목군의 상대적인 성과가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에 도달한 반도체 업종만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동일한 실적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가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던 비반도체 종목으로 시선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신 연구원은 비반도체 업종 내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한 종목들을 제시했다. 화장품 업종에서는 에이피알, 아모레퍼시픽, 한국콜마를 꼽았고, 소매·유통 업종에서는 신세계와 롯데쇼핑을 포함했다. 에너지·유틸리티 분야에서는 SK와 한전기술 등을 향후 상대적 성과가 기대되는 종목으로 제시했다.
다만 단순한 저평가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다음 관심은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할인된 업종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서도 "시장은 소외 업종을 단순히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지 않기 때문에 높은 ROE가 유지될 이유와 함께 미래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는 업종을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